치열한 경쟁에서 낙오해 파산절차를 밟고 문을 닫은 미국 내 기업은 매년 4만건을 육박한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은 7만건이 넘었으며 법원의 선고 없이 스스로 폐업한 업체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더욱 많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문을 닫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 일정기간에 다다르면 그 숫자는 극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밀린 회사들이 차츰 문을 닫거나 다른 업체에 흡수되면 결과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 진 회사들만 시장에 남아 소비자와 힘겨루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폐업하는 이유야 많지만 대부분 수익성 악화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한때 성공 가도를 달리며 십수 년을 존속해 온 기업이 적자를 내는 원인은 무엇보다 경영여건이 바뀌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초기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던 경쟁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위협적 존재로 바뀌면 결국은 자사의 고객을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는 한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감당하던 조선산업이 중국 업체와 경쟁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오늘의 현실이 잘 증명해 준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입장에선 경쟁사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회사가 위기에 직면한 직접적 원인은 발길을 돌린 자사의 고객들에 있음이 냉정한 분석이다.
이처럼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고객 확보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쉽게 균형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대등한 힘을 가진 경쟁자들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가중될수록 혜택을 보는 건 해당 기업의 고객들이며 오늘날 소비자들은 이를 활용하여 즐기고 있음도 사실이다. 다른 상품까지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원가이하 세일품목을 내놓은 마켓 경영진의 예측과 달리 적자품목만 구입하고 길 건너 경쟁마켓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을 보면 야속함을 넘어 저절로 한숨이 날 것이다.
이런 감정이 쌓이면 자신의 경쟁자보다 고객이 더 얄밉게 느껴지고 건너편 업주도 같은 생각을 가질 건 뻔한 이치다. 이런 경우 타협으로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합의를 지키기도 어렵고 담합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합병만이 유일한 방법이 된다.
이러한 기업의 생리를 간파한 정부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엄격하게 심사하지만 일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에선 M&A 없이도 큰 기업을 만들 수 있지만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불가능하며 인수합병은 자본주의 극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처럼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IT 업계는 성사된 건수만 연간 수백건에 이르고 금액도 천문학적 규모다.
회사를 인수하는 목적은 다른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없애거나 기술이 다른 경쟁사로 넘어가는 걸 막는데 주안점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M&A를 추진하는 당사자들은 그 때마다 고개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지만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합병이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오늘날 M&A가 중요한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현실은 인정하지만 경쟁사를 없애 고 객을 이기는 방식은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수준의 전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독점에 대한 강력한 반감이 있어 언제나 새로운 경쟁자를 키우려는 강한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지켜온 한국 토종 브랜드를 제치고 의류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일본 기업 유니클로의 성공은 기업이 누구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회사는 가격이 싼 옷은 품질도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일반적 통념을 깨기 위해 경쟁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고민할 때 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경쟁자를 목표로 더 싼 가격의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오늘의 큰 성공은 불가능했을 일이다.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 우위로 팔리는 제품은 더 강한 경쟁자에 의해 뒷전으로 밀리지만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제품은 어떤 환경에도 팔린다. 따라서 상대적 우위만 추구하는 경영은 대양을 항해하면서 목적지를 좌표로 삼지 않고 주위 선박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어떤 경우도 원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며 이는 고객과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승리할 때 가능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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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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