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통령 후보시절 버락 오바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들(공화당 지도자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며 하는 말은 머리가 나빠서 하는 얘기들이다” 오바마는 당선되기전에 중요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학교는 일류를 나왔다. 월남전을 이끈맥나마라 국방장관 같은 민주당 출신 천재들이 미국을 망치는 수준으로 저질러놓은 실적에 대한 통계는경제 쪽에도 수없이 많지만 선거유세 중 후보라면 무슨 말을 못하랴.
머리 좋고 공부 잘한 사람들이 훌륭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말씀 드리려 한다. 공부를 아주 잘해유명해지고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말년에 여러 유혹과 회유로 잠시 정신을 잃고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명예를 잃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평생 쌓아놓은 평판을 망치고 부끄러운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사회의식 발전에도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집권층 일각에서 소록소록 새어나오는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추진을 위한 개헌발상이란 얘기들에 기가 차서 제발 정신을차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다.
아직 책임 있는 이들이 제대로 한 얘기가 없어서 정식으로 비평을 할 수는 없으나, 세상을 오래 살아보니 항상 이렇게 먼저 띄워놓고 여론을 봐가며 후에 이런 얘기들이 어물쩍 진짜가 되어 나타나고 그런 다음에는격랑에 쏠리듯 정신 차릴 시간이 없이 모두가 끌려가기 때문에 아직 그물결이 덮치기 전에 모두가 정신 차리자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미국 경제사에 정통한 칼럼니스트토마스 소웰이 <지성과 사회> 란 책에서 일류대학을 나오고 똑똑하다는정치, 경제, 문화, 군사 방면의 인재들이 왜 정치에 성공하거나 사회적 리더십 자리에서 혁신적 공헌을 한 적이 별로 없는가를 명쾌하게 분석하며 내놓은 결론 중 이런 게 있다. 어느 좁은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 분야를 떠날 때 왜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아무도 타 분야를 망라한 모든곳에 필요한 지식을 가질 수가 없고,또“ 결과를 촉발하는 지식”이란 일반적 지식과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을하는데, 한방면의 지식만 가지고 여러 실제 사회 문제해결에 효과적일수 없다는 얘기다.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대통령 보좌관은 별별 배경을 가진 여야 국회의원들과 교감하며 타협해야 되는 자리다. 통치론 전공의 정치학교수보다는차라리 거친 국회판에서 잡초같이 인생을 살아오며 친화력과 현장경험이있으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실제 현실정치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적도,애당초 대통령이 된 예도 별로 없다.
대통령 - 그 자리에 있다고 요즘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없지만,대통령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아니다. 몇 년 전 정운찬씨의 정계 입문설이 처음 나돌았을 때 필자가 이칼럼에서‘ 서울대 총장과 정치’란 화두로 그 이슈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군부독재 시절 정치인이 아닌 서울대총장들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배경을설명했었다 :“ … 정치가를 총리시켰다가는 그들의 밑으로 세력형성이 되니까‘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대 총장들을 불러다 시킨 것이다…평생 학계에 있던 사람들이, 훌륭한 학자이건 아니건 간에, 정치판에 들어가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다른 학자들이나 또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바람직하지 않다” 그후 많은 사람들이 정치판에 휩쓸린 그가 좀 우습게되어버린 결말을 안타까워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서거에 “한 시대가 가는구나” 라고 느낀 수많은 이들의 기억속의 그는 어떤 사람일까.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훌륭한 대통령은 아니었더라도 군부독재 종식에큰 역할을 한 공적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공부를 잘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한 다음에 보인 그의 정치역정에서의 무서운 추진력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자질은 아니었다.
대통령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그 권력쟁취에 목숨을 걸었었다. 반기문씨는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외무공무원의 길을 한평생 걸어와서그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유엔사무총장 자리도 대한민국의 국력이지금처럼 되니까 행운으로 들어온 자리라고 냉철히 볼 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차기대통령 인기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고 옆에서 책임 없이 정치하라고 꼬드기는 사람들은 반기문씨에게도 한국사회에도 해를 끼칠나쁜 사람들이다. 잘 살아온 인생. 한때의 허망한 생각으로 명예를 망가뜨리는 실책은 하지 않기를, 본인을위해서나 외교관 사회를 위해서나 명예로운 어른이 너무 드문 한국을 위해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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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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