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논설위원>
추수감사절은 가장 미국적인 명절이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 다수가 모여서 하나가 된 연방의 최대 명절에는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도움과 그에 대한 보답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는 현저하게 다른 문화가 모여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대국을 형성하는 과정의 상징이다. 미국의 형성은 매우 복합적이다. 신대륙 개척 당시 아메리칸 인디언의 학살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역사가 현재의 것이라면 플리머스에서의 정착과 아메리칸 인디언의 도움은 유일하게 강조하고 싶은 기록이다. 아메리칸 인디언에는 수많은 부족이 있다. 상대적이긴 해도 새로운 정착민에 대적한 부족이 있는가 하면 왐파노아그 족처럼 상생을 택한 부족도 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미국의 의미 깊은 초기 형성과정을 담고 있다. 그 토양은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이듬해인 1621년부터 형성된다. 그들에게 옥수수 경작법을 가르쳐 준 왐파노아그 족 인디언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었고 그 중 야생 칠면조와 옥수수는 이후 추수감사절의 상징이 된다. 이후 둘 사이에 마찰이 일어 왐파노아그 족의 대부분이 정착민에 의해 절멸되다시피 하지만 이는 몇 세대 후의 일이다. 정착민과 아메리칸 인디언 사이에서 비롯된 추수감사절의 유래 하나가 이 명절을 만든 건 아니다.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의 영국 시절에도 있었고 비슷한 명절은 한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나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히려 역사가 짧다. 1864년 링컨 대통령이 11월 넷째 주를 추수감사주일로 정했고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야 현재의 추수감사절이 정착했다. 그러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다른 나라의 비슷한 명절이 전통적인 고유문화로 발전 계승된 것과는 달리 이질 문화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금 미국 문화의 성격을 대변한다. 미국 화폐에 담겨있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다수가 모여 하나)의 건국 이념, 그대로다. 우리가 흔히 잘 못 사용하는 어휘 중 하나가 아마 '다르다'와 '틀리다'일 것이다. 한국의 예능 프로를 시청하면서도 자주 접한다. 자막에서 이를 수정해 주기는 하지만 나와 다른 의견은 모두 '틀리다'고 표현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든 다른 의견, 다른 문화는 잘못된 것, 그래서 바로 잡거나 배척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질 문화의 수용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기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에 녹아 있듯이 서로 다른 문화의 '샐러드 보울'이요, '멜팅 팟'인 미국에 정착해 사는 우리가 익혀야 할 가치다. 이번 추수감사절엔 다른 민족, 다른 전통의 이해와 수용 외에 추가할 것이 있다. 가족이 모여 세대간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 1차적이요, 우리끼리의 포용과 이해가 다음이다. 세대간의 이질감은 미국 속 한인사회가 특히 심하다. 같은 문화권 내에 있는 한국의 세대간 차이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부모와 자녀간 세대 차에 문화의 차이까지 함께 있다. 대화 하자면 방법을 우선 알아야 한다. 가정의 화목과 나아가 한인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를 위해서는 귀 기울이고 이해하는 자세가 핵심이다. 첫눈이 고약하게 많이 왔다. 서설(瑞雪)이라고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을 폭설 이었다. 인간사에 그만큼 덮어야 할 상처가 깊었나 싶다. 차에 높이 쌓인 눈을 치우다가 햇볕에 기대어 30분 가량을 기다렸다. 오호라, 그 짧은 시간 동안의 변화는 눈부셨다. 얼어붙었던 눈이 차체를 따라 쓸려 내려 온다.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름 판단에 어느 정도 눈 두께를 덜어 내면 나머지는 햇볕이 처리해줄 것이라고 여겼다. 낑낑대며 눈을 긁다 낸 꾀였다. 추수감사절 이전과 이후가 폭설과 햇볕처럼 그렇게 선명하게 나뉠 수 있기를. 모든 이에 Happy Thanksgiving!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