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이란 격언처럼 사람에게는 이름 또는 명예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름이 더렵혀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명예손상이 자기잘못 때문이라면, 예컨대 강간범인이 강간범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은 소위 자업자득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여자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의 피해자라면 그 파장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그런 거짓말이 입소문이면 구두 명예훼손(Slander)이고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방송사에 의한 것이면 문서상의 명예훼손(libel)이 된다. Libel이 Slander보다 심각한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작년에 버지니아의 명문인 버지니아 대학교(UVA)의 ‘피.카파.사이’(이하 P.K.P)란 남학생 사교클럽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되는 ‘롤링스톤’ 잡지에 실린 ‘캠퍼스에서의 강간’이란 모두 기사에 적나라한 묘사대상이 되었다. 사브리나 에델리란 기고자가 쓴 그 기사에는 ‘잭키’란 가명의 신입생이 캠퍼스 내의 P.K.P회관에서 2012년 9월 28일에 옮겨 쓰기도 민망한 성폭행을 당했다고 나와 있다.
그 사교클럽의 1층에서는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잭키’는 이층의 한 침실에서 7명의 남학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그에 더해 그 같은 성폭행은 UVA의 P.K.P 사교 클럽의 신참자 신고식 절차 중 하나라고 잡지는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그 직후 자체조사로 롤링스톤의 그 기사가 심각한 오류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우선 P.K.P 클럽이 그 문제의 밤에 파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해 ‘잭키’를 공격하는데 앞장섰다는 ‘남학생’은 그 클럽의 회원도 아니고 UVA 학생도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UVA 소재지인 샬롯츠빌 경찰서와 컬럼비아 대학교 신문대학원의 철저한 조사도 P.K.P 클럽에서 집단성폭행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최근 UVA의 P.K.P 클럽 지부는 그처럼 무책임한 기사를 게재한 롤링스톤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2,500만달러 지급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원했다. 그 클럽 지부와 소속된 학생들은 물론 과거 졸업생들도 “그 기사의 출판으로 우리들의 평판에 극심한 피해를 입었으며 그 기사가 종국적으로 거짓임이 판명 되었음에도 계속 고통을 당하고 있다”라고 성명서를 통해 주장했다. 11월9일에 발표된 성명서는 “그 기사가 또한 학생회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그 클럽 지부의 장래존립조차 위태롭게 했다”라고 이어진다.
롤링스톤 잡지는 금년 4월에 그 기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고 잡지 편집인이 얼마 후 사직했지만 잡지의 수난은 계속될 중첩될 전망이다.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이미 7월 달에 P.K.P 클럽회원들이었던 3명 UVA졸업생들이 뉴욕에 있는 연방지방법원에 롤링스톤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 했다. 그 잡지는 또한 UVA 캠퍼스 내에서의 성폭행사건들을 조사하는 직책을 가진 여성부학장으로부터의 750만달러를 요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500만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은 P.K.P에 속한 54명의 학부 학생들이 샬롯츠 빌 소재 버지니아 순회법원에 제소한 것으로 그들이 그 기사 때문에 온라인으로 겪은 갖가지 위협과 강의실에서 겪은 수모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롤링스톤 잡지가 그 같은 파괴력이 있는 기사를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게재하여” 클럽 지부와 소속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공직자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기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설령 기사 가운데 거짓이 포함되어 있어도 피해자 원고는 가해자 신문이 “거짓인줄 알면서도 출판했거나 거짓인지 아닌지를 무모하게 무시하면서 그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UVA 학생들은 물론 공직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따옴표 가운데 들어있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롤링스톤에서 ‘잭키’를 인터뷰 했다는 기고자의 주장을 제대로 점검함이 없이 선정적인 내용을 대서특필한 것이 분명하니까 잡지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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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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