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사소한 우연이 큰 변화의 시발점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사회에큰 파장과 화제를 뿌린 시애틀 소재크레딧카드 결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저연봉 7만달러 실험이 바로 그렇다. 지난 2011년 어느 날 젊은사장 댄 프라이스가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직원 한명과 나눈 대화가 발단이 됐다.
연봉 3만5,000달러의 전화 테크니션인 이 직원은 “ 당신은 나를 착취하고 있다”며 사장 면전에서 도발적 발언을 던졌다. 조용한 성격의 프라이스는 “ 당신 연봉은 시장 가치에 근거한것이다. 다른 자료가 있으면 보여 달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로도 직원의 말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음은 많이 상했지만직원들의 연봉이 품위 있는 생활을꾸리기에 과연 충분한가라는 의문도뒤따랐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일단 직원들 연봉을 20% 인상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그해 회사수익이 연봉인상액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난것이다. 프라이스는 이후 2015년까지 매년 평균 15%씩 연봉을 인상했다. 그 이상으로 수익이 늘어났음은물론이다. 지난 4월 온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최저연봉 7만달러 발표는 한 직원과의 대화에서 얻은 각성뿐 아니라 수년간 수치와 실적을 통해 갖게 된 확신의 산물이기도 했다.
이미 보도가 됐듯 7만달러 최저연봉 실험 역시 성공을 거뒀다. 지난 6개월 사이에 매출과 수익이 두배로 뛴 것이다. 업계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고객유지비율도 91%에서 95%로 더 올랐다. 이는 업계 평균비율 68%를 훨씬 뛰어 넘는 대단한 수치다.
프라이스가 7만달러 최저연봉을선언했을 때 찬사와 환호만 나왔던게 아니다. 비난과 냉소도 줄을 이었다. 특히 보수논객들은 이를 조롱했다. 폭스뉴스는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한다면서 시장경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극우 방송진행자인 러시 림보는 “경영대학원에서 이 회사를 ‘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연구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하지만 6개월 실험의 결과는 이들의 기대(?)를 배반했다. 극우매체들은대다수 직원들의 연봉 액수가 똑같은 데 초점을 맞춰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은 생산성을 올리는데 대폭 오른 연봉만큼 강력하게 작용하는 인센티브는 없다는 걸몰랐던 것이다.
연봉이 4만달러에서 7만달러로오른다고 하면 그 누가 열심히 일하지 않겠는가. 같은 액수의 연봉을받는다는 이유로 게으르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하나만 알고 둘은모르는 무지다.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주면서 도토리 키 재기 식의 차등을 두고 그걸 제대로 된 자본주의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생산성향상으로 직결된다는 건 무수한 연구들이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임금이 높아질수록 실력 있는 사람들의지원이 늘어나고 기업은 좋은 인재를뽑을 수 있게 된다. 이것만큼 소중한기업의 자산은 없다.
프라이스의 실험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금전적인센티브가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미치는지 확실하게 증명해준 새로운자본주의 실험이었다. 어느 정도까지의 임금인상이 생산성과 정비례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7만달러까지는 분명 그렇다.
또 하나 확실한 건 대기업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과 보너스는 회사 실적과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누구손에 쥐어줘야 회사가 더 잘 성장할지 자명해진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22%가 상승했지만 생산성 향상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이들의 실질임금은 불과 1.8%오르는데 그쳤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극우 방송진행자 림보의 주장처럼그래비티 페이먼츠는 경영대학원 연구사례가 충분히 될 만하다. 기업이성장하고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대표적 사례로 말이다. 프라이스는옳았다(Price was right).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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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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