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살육의 역사다. 한 왕조가 무너진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내란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쟁에, 천재지변이 덮친다. 그럴 때마다 발생하는 것이 대살육극이다. 인간은 소, 돼지와 다를 바 없다. 무참히 도륙을 당하는 것이다.
한 보고에 따르면 진시황 이후 1920년까지 160여 차례의 내란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전쟁은 220여 차례가 넘고. 그러니까 2500년이 채 안 되는 세월 가운데 무려 10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중원 천지에는 병화(兵禍)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기록된 대형 천재지변은 5000차례를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으로, 내란으로, 또 대기근으로 엄청난 인명이 죽어나간다. 그 대살육의 역사가 바로 중국의 역사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양계초는 ‘중국인은 육민(戮民)이다’는 탄식을 했을까.
대살육의 역사는 그치지 않고 이어져왔다. 한 세기 간의 치욕과 오랜 전란기를 끝내고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그 참상을 종합적으로 밝힌 보고서가 ‘공산주의 흑서(黑書)’다.
프랑스국립 학술연구센터가 발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산치하에서 학살된 인명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1억 명이 넘는다. 구소련에서 2000여만 명이, 베트남에서 100여만이, 북한에서는 200여만(최소 100만~ 300만으로 추산되는 아사자를 제외하고도)이 학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모택동 치하에서만 6500여만이 학살됐다는 것이 공산주의 흑서의 보고다. 문화혁명기에만 최소한 1000만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보다 앞서 대약진운동 때(1959~61년)에는 3600만 이상이 굶어죽은 것으로 집계된다.
대살육극은 그러면 모택동 시대로 마감된 것인가. 아니, 소리 없이 계속 진행돼 왔고 그 피해규모는 적게 잡아 3억3600여만이 넘는다. 1971년에서 2012년 사이 전체 미국 인구 보다 많은 어린 생명들이 인공유산으로 지워진 것이다.
이는 등록된 낙태 시술소만의 통계다. 무허가 민간 시술소, 약물을 통한 인공유산 등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태아들이 빛도 못 본채 소리 없이 죽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이 이 같은 대학살을 불러왔나. 등소평 시대 이후 30여 년간 실시된 강력한 ‘한 가정 한 아이 낳기 정책’이다. 낙태건만 3억3600여에, 1억9600여만 건의 불임수술(주로 여성대상)은 이 정책의 부산물인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의 필수 조건은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데 있다’-. 그 한 가지 논리면 족했다. 그래서 채택된 게 한 아이 낳기 정책이다. 이 정책은 이후 절대명령이 됐다. 곡물생산, 철강생산에 쿼타가 할당된다. 신생아출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할당량을 초과하면 엄벌에, 박해가 따랐다.
그러니까 인간은 사육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프라이버시 중 프라이버시인 부부간의 관계도 당과 국가의 관리대상이다. 여성의 몸은 더 그렇다. 가임여성의 월경주기도, 난소도, 자궁도 당과 국가가 관리한다. 그 관리에서 벗어나 둘 째 아이를 갖게 된다. 인공유산을 권유받는다. 거부하고 애를 낳으면 엄청난 벌금이 부과된다.
셋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시술을 통해 아예 ‘여성’을 상실케 된다. 2억에 가까운 불임수술이 대부분 그 경우다.
이 ‘절대명령’은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왔다. 전통적 가정의 가치관이 무너졌다. 인구의 조기 고령화를 불러와 노동력부족사태를 야기시켰다. 경제성장에 오히려 독약이 된 셈이다. 거기다가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초래해 지나친 남성인구 과잉, 남초(男超)현상을 가져왔다.
그 피해가 특히 큰 곳이 농촌지역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하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의 여자아이들이 태아 때 죽거나, 버려지는 참상이 벌어졌다. 고아원은 여자아이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고아원들은 버젓이 그 여자아이들을 팔고 있다. 그것도 생선을 두루미 채 파는 식으로 영아들을 한 묶음에 팔아넘기는 초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갓 태어난 딸아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외국인에게 건넸다. 그 전에 낳은 딸아이도 강물에 띄웠었다. 그 강에는 온갖 오물과 함께 버려진 아이들의 시체로 넘쳐나고 있다.” 한 서방작가가 고발한 중국에서의 젠더사이드(gendercide·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살해)실태다.
그 한 자녀 정책이 결국 폐기됐다. 두 아이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왜. 그 정책에 내재된 반(反)인륜성에 대한 뒤늦은 성찰과 반성에서인가. 그게 아니다. 한 자녀 정책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긴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러면서 중국당국이 펴고 있는 것은 오직 경제 논리뿐이다. 두 아이를 낳아야 노동인력부족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는 등등의.
무엇을 말하나. 인권,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성 같은 인류보편의 가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경제적 이익만이 최우선인 물신주의이다. 그게 공산당 일당독재 전체주의 중국체제의 진짜 얼굴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그 중국이 패권국가로 군림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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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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