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것으로 단순화한다면, 살아간 만큼 발자국이 남을 것이다.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은 살아있다는 증거, 이편(요람)에서 저편(무덤)으로 이어지는 발자국의 행렬은 인생의 궤적이 된다. 그런데 상상의 눈을 좀 더 밝혀보면 삶의 발자국 옆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또 한줄기 궤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 하루를 살면 어김없이 하루분이 만들어 지는 것, 바로 쓰레기이다.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펑펑 쓰고 아낌없이 버리는 것이 미덕인 소비주의 시대가 되면서 너무 많은 쓰레기가 너무 쉽게 버려지고 있다. 버려지는 만큼 새로 만들어지니 자원은 고갈되고, 그만큼 환경은 파괴되는 데, 이에 대한 인식이 없다.
쓰레기에 대한 무감각이 몸에 밴지 오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면 회사 직원들 중 빈 손인 사람이 거의 없다. 병물이나 커피컵을 손에 쥐고 있거나 아침식사용 빵 혹은 과일을 담은 종이 백을 들고 있다. 플래스틱 물병, 커피점 종이컵, 빵이나 과일을 담은 플래스틱 봉지 그리고 종이 백 모두 한번 쓰고 버려질 것들이다.
점심때면 회사 카페테리아에 케이터링 업체에서 만든 도시락이 배달된다. 직원들은 각자 도시락을 챙겨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데, 갖가지 반찬이 담긴 플래스틱 도시락 그리고 국, 밥, 메인요리가 각기 담긴 스티로폼 용기 3개가 합쳐져 1인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1인당 4개의 용기, 나무젓가락, 플래스틱 스푼, 냅킨이 버려진다. 모든 것이 1회용이니 모든 것이 곧 바로 쓰레기가 된다.
이 비슷한 경로로 매일 버려지고 재활용되는 쓰레기가 미국에서는 1인당 평균 4파운드라고 한다. 1년이면 1,500파운드에 달한다. 버리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버린다는 인식도 없는 우리의 무신경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신경을 쓰면 쓰레기는 줄어든다.
연방 에너지부의 테크놀로지 정책 펠로우인 다샨 카와트라는 청년이 지난 29일 워싱턴포스트에 ‘쓰레기 없는 삶’ 경험담을 기고했다. 환경문제를 줄이는 길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지난 2010년 봄 실험을 시작했다. 버릴 것도 재활용할 것도 없도록 쓰레기를 가능한 한 만들지 않는 생활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실험은 2년 반 동안 계속되었고, 당시 모은 쓰레기를 그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공연 티켓, 과일에 붙은 스티커, 가격표, 영수증, 감자칩 봉지 몇개, 빨대 몇 개, 맥주병, 플래스틱 물병 … 30개월 삶의 찌꺼기는 쓰레기봉지 하나분에 불과했다. 1년간 쓰레기를 그는 보통사람들의 하루치 정도(6파운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쓰레기’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평소 무심코 살던 생활방식을 들여다보며 쓰레기를 양산하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그는 1회용 식기를 쓰는 일이 없도록 항상 포크, 스푼, 나이프, 그릇을 지참하고 다녔고, 식재료는 포장 없이 파는 것들을 구입했다. ‘쓰레기’에 민감해지다 보니 뭔가를 새로 사들이는 일이 없어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불편은 없었다고 한다. 사지 않고 한두 주 지나보면 다른 것으로 대체가 가능하더라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이미 다 가지고 있었다.
카와트의 실험이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손도 대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물이다. 각 가정 냉장고에서 썩어나가는 음식물들, 상품성이 떨어져서 밭에서부터 버려지는 청과류, 시판 날짜가 임박해 대형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식품들 등 미국에서는 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물이 전체 먹을거리의 40%에 달한다. 연간 1,330억 파운드, 구체적으로 시어스 타워를 44번 채울만한 양이다. 돈으로는 1,650억 달러의 엄청난 낭비이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고통 받는 사람이 수억인데, 미국에서는 멀쩡한 음식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니 이것은 죄악이다. 버려지는 것은 음식물만이 아니다. 이들 음식물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인 물, 에너지, 비료, 사료, 노동력 등이 모두 버려지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국의 쓰레기 매립지를 메우며 메탄가스를 방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연방 농무부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오는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이다.
오늘 무심코 버린 플래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흘러 흘러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 구역에서 바다를 오염시킬 수도 있고, 땅속에서 1,000년 동안 썩지 않고 묻혀 있을 수도 있다. 이 땅에서 산 흔적을 ‘오염’으로 남길 수는 없다. 삶의 모래사장에 어떤 자국을 남길 지 생각해보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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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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