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숙명에 놓여 있는 우리는 그래서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큰 이익보다는 당장의 작은 이익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확실치 않으면 불안해 진다. 이런 마음의 작용은 불확실하거나 리스크가 있는 상황일 때 냉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손실과 이익을 계산하는 걸 방해한다.
가령 9,500달러를 100%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조건과 1만달러를 97% 확률로 받을 수 있는 조건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실한9,500달러를 선택한다. 후자의 금전적 가치는 전자보다 200달러가 더많은 9,700달러인데도 말이다. 이런선택을 유도하는 마음의 작용을 경제심리학자들은 ‘확실성 효과’라고부른다. 이처럼 확실성에 끌리는 마음은 우리의 무수한 재정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지작용이 금전적으로 이익보다 오히려 손해를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개미 투자가들이 주식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데도 이것이 작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대부분의 아마추어 투자가들은 바로 팔아치운다. 미래의 더 큰 수익보다는 당장의 확실한 수익 실현에 강하게 끌리기 때문이다. ‘수익 얼마 보장’‘ 몇 개 사면 한 개 공짜’ 같은 광고문구에 쉬 현혹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미국 노인들의 절대적 생계 수단이되고 있는 소셜시큐리티 연금 지급현황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것이 ‘확실성 효과’이다. 언제부터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기 시작할 것인지는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내리게 되는가장 중요한 재정관련 결정이다. 알다시피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수령 시기를 늦출수록 액수가 커진다. 수령자의 이익을 최대화 하려면 시기와 액수 간에서 잘 선택해야 한다.
완전 은퇴와 함께 받게 되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월 1,000달러라고 치자. 이 사람이 62세부터 받겠다고 한다면 액수는 750달러로 줄어든다. 반대로 70세로 수령 연령을늦추면 액수는 1,320달러로 크게뛰어 오른다.
그러니 수령 시기를 되도록 늦추는 게 현명해 보인다. 날로 늘어나는 미국인들의 평균 수명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회보장국은오늘 65세가 된 미국 남성이라면84.5세까지, 여성은 86.6세까지 살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현실은 은퇴자들이 좀 더많은 혜택을 위해 조기수령은 피할것이라는 일반적 예측과 크게 다르다. 남성의 41%, 그리고 여성은 46%가 62세부터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건강상 문제로, 또는 경제적 처지 때문에 부득이 조기수령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반퇴로인한 생활고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며 조기수령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하지만 소셜시큐리티 연금 조기수령자 수는 생활고와 건강 문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많다. 올해 발표된 ‘리스크 선호도와 노화’라는 논문은 이런 현상에 대한 단서를제공해 준다. 이 논문은 “우리에게는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으며 이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불확실성에 대한 기피가 한층 더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확정적인 세계가 아니라 확률적인 세계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리스크 0’을 추구하기보다는 조금은 확률적 사고를하는 것이 이익을 위한 합리적 행동이 될 수 있다. 물론 개개인 삶의 형태는 무수하고 각자의 사정들이 있는 만큼 일률적인 결론을 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40% 이상이 62세 조기수령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다. 빨리 받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간수명에 대한 통계와 자료를 신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조기수령으로 포기해야 하는 월 수백달러의 수입.
넉넉지 못한 노년기에 확실함을 위해치러야 하는 비용치고는 너무 많아보인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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