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 잘되길 바라는 부모와 알 것 다 아는 젊은이 있는 땅”
김대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람들이 하늘이다’에 나오는 장면들
북녘땅 평범한 사람들 담은 다큐 ‘사람들이 하늘이다’
한국일보 특별후원 ‘뉴욕한인영화제(KAFFNY’개막작
15일 뉴욕시립대 대학원센터 프로샨스키 오디토리엄서 상영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 주류 사회에서 억압받고 외면당하는 소수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대실(Dai Sil Kim-Gibson) 감독이 마음의 고향인 북녘 땅의 평범한 사람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람들이 하늘이다’(People are the Sky)를 4년만에 제작, 이달 뉴욕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영화의 제목은 1860년 최제우가 창건한 신흥종교로 이후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로 계승되어 발전한 동학사상의 ‘사람이 곧 하늘’, ‘하늘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다’에서 따온 것이다.
황해도 출신인 김 감독이 팔순을 앞두고 마지막 소원처럼 한번은 꼭 밟고 싶었던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사람 사는 모습을 2011년 자료 준비를 시작으로 2015년 3월까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하기 까지 두차례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북한 여행기이다.
이 영화는 한국일보가 특별후원하는 한인 영화인들의 축제 ‘뉴욕 한인 영화제’(Korean American Film Festival•KAFFNY)의 개막일인 15일 오후 6시30분 맨하탄 34가 소재 뉴욕시립대 대학원센터(CUNY Graduate Center) 프로샨스키 오디토리엄에서 상영된다.
켄터키주에서 작은 규모로 상영된 후 큰 규모의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는 것은 미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영화 제작 배경은: 내 고향이 황해도 신천이다. 7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6명의 형제들과 함께 3.8선을 건너, 부모님이 미리 내려와 있는 남한으로 넘어온 후 줄곧 마음속에는 고향 신천을 생각하곤 했다.
1945년 겨울 꼭두새벽 일어나 닭죽을 끓여주시며 할머니가 정든 집을 떠나야 한다고 해 피난길에 오르면서도 어린 마음에 정든 집을 떠나는 것이 싫어 자꾸 뒤돌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2살 때 서울에서 폭격을 맞아 집을 잃고 함께 놀던 친구들이 죽어가는 끔찍한 한국전의 참상을 겪었고 1962년 미국으로 유학와 자리 잡기까지 나의 인생은 오랜 세월 언제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남편을 만나서야 ‘집’이 장소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이 2009년 세상을 뜨기 전 고향인 신천을 떠올리며 함께 북한을 방문해 영화를 만들자고 했었다.
남편을 잃은 후 홀로되자 또다시 집을 잃은 기분이 들어 영화감독으로서 고향인 북녘땅의 아름다운 산천과 순박한 북한 주민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재미 기독교 단체의 도움을 받아 북한정부로부터 영화 촬영에 대한 정식 허가증을 받고 2012년과 2013년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다.
▲북한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안내원과 동행했지만 안내원이 지정한 사람들보다는 길가다 만나는 사람들을 무조건 인터뷰했다. 놀이공원이나 공원 등 눈에 띄는 젊은이들이나 노인들, 동네 아주머니 등 일반인들을 접촉하며 예기치 않은 인터뷰에 응한 이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언론에서 보도하듯 ‘인권유린’이나 ‘노동착취’의 가장 위험한 나라에 사는 폐쇄적인 북한 주민들이 아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참모습과 실상을 객관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인터뷰 결과 그들(북한주민들)도 우리와 생각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식들 잘 되기를 바라는 우리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는 부모들이 살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것 다 아는 젊은이들이 있다,
■김대실 감독은: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난 김씨는 이화여고와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뒤 62년 도미했다. 보스턴대에서 종교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학교수, 뉴욕주 예술위원회 미디어 디렉터를 거친 뒤 쉰살이 되던 88년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영화감독이 됐다.
이북에서 남한으로, 또다시 미국으로 떠나온 끊임없는 여정과도 같은 그녀의 삶처럼 침묵할 수 없는 이슈들을 들춰내기 위해 미국 뿐 아니라 쿠바, 사할린으로 달려가는 종횡무진의 영화인생을 살아왔다.
작품으로 멕시코 유카탄에서 이주한 마사 임 김씨의 조상들의 이야기와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의 경제문제, 사회 정의, 자본주의, 정체성 등 다양한 이슈를 카메라에 담은 ‘모국’, LA 4.29 폭동을 다룬 ‘사이구’, 사할린 한인 동포들에 대한 ‘잊혀진 사람들-사할린의 한인들’, 정신대 여성 문제를 파헤친 ‘침묵의 소리’, 사이구의 속편 ‘젖은 모래알’, 인종문제를 고발한 ‘올리비아 이야기’ 등 여러 편이 있다.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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