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들...
▶ (3)사제지간 인연이 힐로 한국어 교육에 미친 영향
UH 힐로 영어영문학과 루앙피닛 교수/ 김혜숙 강사
바야흐로 이웃섬에도 대학 교육으로서의 한국어가 태동하는 시기가 왔다. 3학기째 한국어 수업을 열고 있다는 마우이 섬과 마찬가지로 하와이(빅 아일랜드) 섬 힐로에서도 3학기째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와이 주립대학교 힐로 캠퍼스(University of Hawai’i at Hilo)에서 한국어 수업과 관련된 모든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는 세리 루앙피니스(사진 왼쪽,Seri I. Luangphinith) 인문학부장이다.
그 동안 전공 다른 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어 교육에 앞장서는 사례는 만나봤어도, 외국인은 처음이다. 만나자 마자 한국어로 인사하고, 인터뷰 간간이 유창한 한국어 농담을 하는 루앙피닛 교수(46)는 일본인 모친과 라오스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힐로에서 태어나 힐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평생을 힐로에 있었던 건 아니고, 하와이 주립대 마노아 캠퍼스 졸업 후 오리건 주립대에서 영어영문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강단에 선 경우다.
아무래도 고향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그녀의 연구와 수업에서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주제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녀가 힐로 캠퍼스에 한국어, 나아가 한국학 과정을 개설하려는 목적도 최종적으로는 지역 인재들에게 한국과 교류할 기회, 더 넓은 세상으로 진출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한국어•한국학 과정 관련 본보 10월3일자 ‘힐로 캠퍼스 한국어 수업’ 기사 참조).
2014년 봄, 루앙피닛 교수는 인문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인문대에 한국어 수업, 나아가 한국학 프로그램의 수요가 높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마우이 칼리지(UHMC)의 사례가 그랬듯, 언제나 문제는 당장 강단에 설 사람이 없다는 것. 루앙피닛 교수는 일단 과정 개설을 추진함에 있어 책임자인 자신부터 한국어와 한국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사서 틈틈이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역시 전문적인 선생님이 필요했다. 힐로 캠퍼스의 많은 학생들도 이 만큼 한국어 선생님이 절실했으리라. 이렇게 개인교습해줄 한국어 선생님도 당장 없는데, 강사를 어떻게 구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라고, 그녀 앞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현재 힐로 캠퍼스에서 한국어 수업을 맡고 있는 이는 김혜숙(사진 위 오른쪽) 강사(68)가 1년 전 루앙피닛 교수의 구세주. 남편을 통해 루앙피닛 교수 사례를 처음 전해들었고, 남편이 교습을 해보겠냐기에 큰 부담없이 만나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김 씨의 집으로 루앙피닛 교수가 교습을 받으러 왔고, 루앙피닛 교수의 한국어실력은 날로 발전해갔다.
“학교 안에선 ‘교수님’이지만 학교 밖에선 ‘내 제자’죠”
제자가 열심히 배우기도 했지만, 역시 선생님이 전문가라서 그랬다. 김혜숙 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후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중 1982년 남편의 유학길 편에 함께 미국에 건너왔다. 그렇게 약 10년 일리노이, 시애틀, 뉴욕 등 여러 군데에서 살다가 45세 때 힐로로 와서 산 지 20년이 조금 넘는다. 김 씨는 힐로 이주 후에도 주말마다 힐로 한글학교에서 쭉 한글과 한국어를 지도해왔다. 김 씨가 루앙피닛 교수에게 ‘진짜’ 구세주인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
‘김혜숙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국어 수업 개설은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루앙피닛 교수는 말한다. 직접 배워보니 김 씨야말로 힐로 캠퍼스 한국어 수업의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어, 루앙피닛 교수가 직접 김 씨와 학교를 설득해 김 씨를 강단에 세웠다. 그렇게 지금까지 3학기째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 아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한 지 1년 4개월째인 루앙피닛 교수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냐고 물었다. 교수는 ‘작년 12월에 한 번, 올해 5월에 한 번 한국을 방문했는데, 참 변화가 빠른 나라’라면서 ‘하와이에 사는 나는 몇 달 만에 건물 몇 채가 바뀌고, 도시 풍경이 변한다는 건 상상도 힘든데 그 만큼 항상 발전하는 나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라는 게 그녀가 한국인에 대해 가진 이미지라고 전했다. 심지어 밤새 술마시는 것마저도 일의 연장선이라는 것까지, 한국사회를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의 산업과 경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힐로 캠퍼스에 정식으로 한국어학과, 한국학 과정이 생기고 학생들이 이 과정을 졸업하면, 한국 산업을 연구모델로 삼고 그쪽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김혜숙 강사의 목표도 이와 같다. 보다 학생 개개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 김 씨는, ‘수강생 대부분이 한국에서 직업을 가지거나, 미국 내에서도 한국과 교류하는 산업에 종사하길 원하더라.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힐로 지역 한국어 교육의 현재도 마우이칼리지 상황과 다르지 않다. 한국 대중문화가 촉매제가 되고 소수 인력의 고군분투로 한국어 교육이 태동은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의 요구에 부합하는 교재,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김혜숙 강사와 루앙피닛 교수가 부딪쳐야 할 관문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목표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인력 파견, 교재 연구가 절실하다.
<윤다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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