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사는 곳이나 일하는 곳이 안전한 지역이고 집에 총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총기관련 사고나 범죄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총격사건은 먼 동네 일, 뉴스에서 접하는 일일뿐이다. ‘총’을 언제까지 그렇게 남의 일로 여길 것인가를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지난 1주일 사이 대학 캠퍼스에서만 3건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1일 오리건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9일 새벽에는 노던 애리조나 대학에서, 몇 시간 후에는 텍사스 서던 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 학생들끼리의 다툼에서 총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적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들은 걱정거리가 또 늘었다.
오리건 대학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던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탄식을 했다. 이런 참혹한 사건이 어느새 일상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고, 미디어들이 다급하게 보도하고,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는 일들이 모두 일상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바마가 대형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성명을 발표한 것이 벌써 15번째이다.
3년 전 코네티컷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미국이 정신을 차리는 줄 알았다. 어린이 20명 등 26명이 처참하게 살해된 광경을 보며 전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이라도 총기규제 강화법이 제정될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며 시민들의 분노와 관심은 가라앉고, 기어이 총을 널리 퍼트리려는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는 더욱 집요해지면서 총기규제는 다시 물 건너갔다. 규제강화는커녕 오히려 완화하는 법들이 주정부 차원에서 제정되고 있다. 지난해 조지아에서 제정된 ‘어디든 총을’ 법이 대표적이다. 식당 술집 정부청사 등 공공장소 어디든 총을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목사가 승인하면 교회에서도 총을 차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한 법이다.
이런 느슨한 분위기를 타고 늘어나는 것은 총기난사 사건. 대규모(인명피해 4명 이상) 무차별 총격사건의 경우 1980년에서 2010년 연간 20명꼴이던 것이 2014년 30건, 올해는 이미 31건에 달했다. 그렇게 ‘일상사’가 되면서 총기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총격사건은 기본적으로 총이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사방에 총이 있으니 여기저기서 총격사건이 일어난다. 지난 2일, 오하이오에서는 11살 소년이 어른들이 옆에 놓아둔 총을 집어 들었다가 오발사고로 형을 죽게 했고, 3일에는 테네시에서 11살 소년이 옆집 8살 소녀와 강아지를 두고 다투다가 아버지의 총을 들고 나와 소녀를 쏘아 숨지게 했다. 지난 6일에는 디트로이트 인근 홈디포에서 한 남성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자 이를 본 여성이 총을 마구 쏘아대 논란이 되었다. 지나던 행인들이 총을 맞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미국에 총이 얼마나 많은 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3억정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국민이 골고루 한 자루씩 나눠가질 분량이다. 그 많은 총들이 온갖 이유로 발사되니 인명피해는 테러나 전쟁을 훨씬 넘어선다. 1775년 독립전쟁 때부터 최근의 이라크 전까지 전쟁에서 죽은 미국인은 120만명. 반면 1968년부터 2011년 사이 자살 피살 등 총으로 죽은 사람은 140만명이다. 하루 평균 90명(피살 30건, 자살 60건), 연간 3만3,000명이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사방에서 ‘황야의 무법자’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총’이 언제까지나 남의 일일 수는 없다. 학교에서 교회에서 극장에서 샤핑몰에서 … 3억정의 총들이 언제 어디서 또 불을 뿜을 지 알 수가 없다. NRA는 ‘더 많은 총’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위험한 인물들보다 선량한 시민들이 더 많은 총을 가지고 맞서야 사회가 안전해진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총기소지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우며 전 국민이 총을 차고 다니게 만들 태세이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총기규제를 지지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규제를 원해도 연방의원들이 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문제는 연방의원들이 여론 보다 NRA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NRA의 미움을 사면 선거에서 이기기가 힘들다. NRA가 극우 표심을 확실하게 잡고 있고 현재 공화당은 극우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총기규제는 단순히 안전 이슈가 아니다. 정치적 이슈이다. 유권자들은 스스로를 NRA보다 무서운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의 무기, 표로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들의 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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