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화성인들이 비행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공상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로 인식하는 세계 안으로 화성이 들어오고 있다. 공상의 거품이 밀려난 자리에 과학적 증거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화성 진출’은 이제 다가올 현실이 되고 있다. 언제 가능할까의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연방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8일 화성에 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화성 지하에 얼음 형태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물이 액체 상태로 지표면에 흐른다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아지니 이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 없다’를 둘러싼 과학계의 오랜 논쟁은 이제 ‘있다’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공상과학(SF) 영화 ‘화성인(The Martian)’이 2일 개봉되면서 화성에 대한 관심이 반짝 높아졌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등 SF 영화의 거장인 리들리 스캇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물론 픽션이지만 과학적으로 맞는 부분이 꽤 있다는 평이다. 화성에 홀로 버려진 NASA 탐사대원이 직접 물을 만들고 감자를 길러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이 한 예이다.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실제로 우주인들이 그런 식으로 상추를 길러먹고, 땀 눈물 오줌 등 배설물을 재활용해 물을 만들고,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만든다고 한다.
반면 영화에서 핵심적 요소가 되면서 절대로 과학적이지 않은 것은 모래폭풍이라고 한다. 주인공은 모래폭풍에 휩쓸려 동료대원들로부터 사라지지만,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 수준. 바람은 있어도 강풍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NASA의 ‘물 발견’ 발표가 나오고 곧 이어 영화가 개봉되면서 자연스럽게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어쩌면 순서가 반대일지도 모른다.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 NASA가 물의 존재를 발표했다는 설이 있다. 유인 화성탐사와 같은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꿈과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천문학적 예산이 있어야 하니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정치권을 움직이는 데 대중의 관심만 한 것은 없다. NASA의 계획과 전망은 앞으로 10여년 후인 2030년대 탐사대를 화성에 보낸다는 것이다.
그외 NASA보다 먼저 화성에 가겠다는 화성 매니아들이 여럿 있다. 비영리 단체인 네덜란드의 마즈 원, 미국의 인스퍼레이션 원 그리고 사기업인 스페이스X, 버진 갈랙틱 등이 화성에 탐험대를 보낼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마즈 원의 경우, 희망자들을 모집해 최종 선발된 4명을 화성에 보내 그곳에서 살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구로 돌아올 ‘항공편’이 없다. 지구에서 1억4,000만 마일 떨어진 그곳에서 생을 마쳐야 하는데, 놀랍게도 희망자가 많다.
이들은 왜 화성으로 가려는 걸까. 그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 왜 그 힘든 탐험에 나서는 걸까. 화성으로 가는 길은 죽음과 손잡는 모험이다. 화성까지 비행시간은 180일. 우선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다 문 열고 나갈 곳도 없는 좁은 폐쇄공간에서 복닥대며 대원들이 6개월을 보내는 것도, 망망한 우주공간에 홀로 떠있다는 단절감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주비행 중 방사선 노출량은 핵발전소 근무자의 연간 노출 허용량의 15배가 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화성에 도착한다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곳은 사람 살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평균 기온 화씨 영하 81도(섭씨 -63도), 중력은 지구의 38%, 산소는 없고 이산화탄소가 96%인 독성 공기, 물이 있다 해도 마실 수 없는 유독성 물 …. 화성탐사는 목숨을 건 도전이다. 그래도 도전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사람이다.
1492년 컬럼버스의 대서양 항해 역시 당시로서는 무모하기 그지 없었다. 15세기 유럽인들에게 대서양은 아무도 건너보지 못한 바다,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검은 바다’였다. 컬럼버스는 황금과 보물이 넘쳐난다는 동양에 가서 부자가 될 욕심으로 모험을 시작했다.
그해 8월3일 에스파냐를 떠나 며칠이면 될 줄 알았던 항해는 두달이 넘게 계속되었다. 지치고 절망한 선원들은 폭동을 일으킬 기세였고, 컬럼버스는 “육지가 보이지 않으면 내 머리를 잘라도 좋다”는 선언을 했다. 그런데 10월12일 새벽 드디어 육지가 보이고, 세계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인류의 발전은 모든 ‘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가능했다. 산이 거기 있으면 주저앉거나 돌아가지 않고 기어이 올라 정복하는 정신이다. 그렇게 과학이 발전하고, 서부가 개척되며, 우주비행이 추진되었다. 6세기 전 컬럼버스의 목숨 건 항해를 지금 아무도 새삼스럽게 떠올리지 않듯이, 화성에 사람이 첫발을 내딛은 사건 역시 지나간 역사로 덤덤하게 묻힐 날이 올 것이다. 21세기는 화성 가는 길이 열리는 세기가 될 것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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