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째 임대료 상승, 세입자 1년치 선불도
▶ 각종 서류 요구 계약금 올리는 건물주들
【오렌지카운티 지역 임대】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빈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주택 임대난이 전국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세입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임대료 고공행진은 6년째로 치닫고 있는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세입자 수가 급증하면서 임대주택 구하기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 졌다. 오렌지카운티가 레지스터지가 최근 보도한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주택 임대난 현황을 살펴본다.
■ 임대 속도 ‘초스피드’
세븐 게이블스 리얼 에스테이트의 제인 루이스 프라퍼티 관리 디렉터는 오렌지카운티 주택 임대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몸소 체험했다. 최근 애나하임힐스 지역의 침실 2개짜리 콘도미니엄 임대매물을 내놓자마자 무려 52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바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상황에 그녀가 당황하기도 전에 매물은 새 세입자를 찾았다.
관심을 보인 세입자 중 3명은 1년치 임대료를 선불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해왔고 많은 세입자들이 건물주가 받기를 원하는 월 임대료보다 50달러를 더 내겠다는 조건의 오퍼를 적어냈다. 루이스 디렉터는 “임대시장에 전에 없던 ‘광풍’이 불고 있다”며 “마치 주택구입 때 과열경쟁을 연상케 한다”고 레지스터지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넷 프라퍼티 서비스의 드니스 스미스 매니저도 최근 전에 없던 주택 임대시장의 열기를 경험했다. 지난 7월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임대주택 매물을 4채나 보유 중이었는데 모두 일주일 만에 세입자를 들여놓는데 성공했다.
스미스 매니저는 “부동산 관리업을 하면서 현재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며 “임대매물 수요와 공급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레지스터지와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 임대료 줄줄이 인상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지역 빈집이 나오면 세입자들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여러 명의 세입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건물주 위주의 시장상황이 가속되는 반면 세입자들의 임대난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여러 명의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건물주가 좋은 자격조건을 갖춘 세입자만 골라 임대하는 현상이 만연 중이다.
크레딧 점수가 높고 안정적인 소득을 증명하는 세입자들이 주로 건물주들의 선택대상이 되는 반면 가구 수가 많고 애완동물을 보유했거나 크레딧 기록이 좋지 않는 세입자는 집을 찾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주택 임대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임대가 전보다 급등하는 등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에 따르면 지역 임대료 상승 현상은 벌써 5년반째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자 건물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임대료를 크게 인상시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조사 업체 리얼팩츠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오렌지카운티 아파트 임대료 상승폭은 월 평균 약 60달러 전후였는데 올 상반기로 접어들면서 상승폭이 약 105달러로 치솟았다.
■ 더 싼 집이 없다
임대료 급등에 따른 세입자들의 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레지스터지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올 여름 새 아파트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두 번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받으면서 월 임대료가 145달러나 올랐기 때문이다. 성인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이 세입자는 가뜩이나 월급이 낮아지는 여름방학 기간에 임대료 인상 통보를 받고 거의 절망에 빠졌다.
3주 동안 집근처에 나온 임대간판과 온라인 매물검색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더 낮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더 잃은 것이 없다고 판단한 세입자는 현재 아파트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청해 25달러 낮은 임대료에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카운티 주민 절반가량 세입자
오렌지카운티 지역은 전국에서 주택 임대난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임대매물이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세입자 비율이 높아 대표적인 건물주 위주의 시장 지역이다.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현재 오렌지카운티 지역 아파트 공실률은 올 봄 약 2.5~5.4%로 매우 낮다. 공실률이 5% 미만이면 건물주 마켓으로 여기는데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이미 수년째 공실률이 5% 미만을 기록 중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세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주택 임대난이 악화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다. 대규모 주택차압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입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연방 센서스국의 집계에 따르면 2007~2013년 세입자 가구 수는 약 17%(약 6만2,000가구) 증가했다. 현재 오렌지카운티 주민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3%가 주택을 임대 중인 세입자로 추산된다.
이에 최근 새 직장을 구한 밀레니얼 세대 중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비율이 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지역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 중이다.
마이클 라코어-리트 칼스테이트 풀러튼 부동산 전공 교수는 “임대수요가 급증한 반면 임대주택 공급이 막힌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주택 신축은 대부분 고급 주택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며 레지스터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갈수록 깐깐해지는 건물주
주택 임대시장이 세입자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집주인들 더욱 깐깐해졌다. 세입자를 고르기 위해서 요구하는 서류량을 늘리는가 하면 각종 계약금을 올리는 건물주도 많아지는 추세다. 마치 대출심사를 위해 방대한 양의 서류를 요구하는 모기지 대출은행을 연상시킨다.
세입자들의 크레딧 기록을 조회하기 위해 성인 세입자 1인당 약 25~30달러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약 40달러까지 요구하는 건물주까지 등장했다. 만약 성인 가족 수가 많은 경우 크레딧 기록 조회비로만 수백달러를 내기도 한다.
이밖에도 임대 신청서와 함께 월급 명세서나 세금보고서 등 소득 증명서와 은행 잔고 증명서, 운전 면허증 사본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다. 최근에는 애완동물 계약금조로 수백달러를 부과하거나 각종 열쇠 계약금도 인상되는 추세다. 심지어 애완동물의 사진을 요구하거나 세입자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것으로 요구하는 건물주도 많아졌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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