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쳤다고 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미국공화당 대선주자 2차 TV 토론회. 사실에 있어서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 서커스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주연으로 나선 이 정치 엔터테인먼트 쇼를 통해 CNN은 공전의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는 거다.
1대 10의 전투였다. 그 ‘1’은 트럼프. ‘10’ 젭 부시를 비롯해 스콧 워커, 랜드 폴 등 대부분이 지명도가 높은 전국구 정치인들. 그러니까 ‘정치의 달인’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엔터테인먼트계의 달인’을 집중 공격한 것이 2차 TV 토론회였던 것이다.
이 대회전(大會戰)에서의 승리자는 역시 정치 아웃사이더인 칼리 피오리나. 트럼프는 주춤했다. 그렇다고 치명타까지는 입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인 모양이다.
그리스 위기로 유로 존은 침몰직전의 상황까지 몰렸었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한층 기승을 떨면서 보트피플은 계속 유럽으로 몰려든다. 원유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중국경제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무덥고 긴 여름 내내 들려온 지구촌의 뉴스들이다.
거기에 더해 불과 1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해프닝이 2015년 여름 곳곳에서 벌어졌다. 조크인줄 알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출마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그런 그가 여름 내내 맹렬히 질주했다. 결국 젭 부시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선두자리를 구축한 것이다.
‘1 대 10’의 전투로 묘사된 2차 TV 토론회도 그렇다. 대선에 뛰어든 전직, 현직의 주지사, 상원의원들. 공직자로서 이들이 보낸 세월은 모두 합치면 140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막가파 식 발언이나 일삼고 있는 정치 이단아 트럼프의 들러리를 선 모양새나 연출한 것이다.
이변은 민주당 대선 가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버니 샌더스 돌풍이 그것이다. ‘언터처블’로 생각됐었다. 그 막강한 힐러리가 70대 고령의 정통 사회주의자 정치인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출마선언 때만 해도 샌더스 지지율은 3%대에 불과했었다. 그런 그가 경합 주 3곳에서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를 최고 22%차이로 따돌렸다. 뉴햄프셔에서는 43 대 37(9월15일 현재)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징후의 정치바람은 미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대서양 건너 유럽의 정치기상도에도 엘니뇨 현상이 몰아치고 있다.
진짜 좌파 중의 좌파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우향우로 가고 있을 때도 좌향좌만 고수했었다.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치프리스 대표보다 더 심한 왼쪽 인물이다. 그런 제러미 코빈이 영국 노동당 대표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득표율 59.5%로 ‘제 3의 길’로 노동당 전성시대를 열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1994년 득표율(57%)기록을 깬 것이다.
영미권뿐이 아니다. 프랑스, 스페인 심지어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정치적 난기류에 빠져 들고 있다. 날로 잔혹해지는 IS. 악화되는 난민 사태. 우울하기만 한 경제전망. 난제가 겹치면서 극우파가 급부상하는 등 심한 정치적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각각 별개의 사건 같다. 그러나 큰 덩어리로 보면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분노의 ‘글로벌 신드롬’으로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가 불러온 불공정성, 엘리트에 대한 반감, 요컨대 기존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반감이 새로운 정치적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성이나 진실 대신 감성적 충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그런 정치 기류다.” 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지적이다.
각급 여론조사들은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제도와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오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엔이니, EU니, 월드뱅크니 하는 국제기구를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혐오한다. 월스트리트도, 학교도, 제도화된 종교와 교회도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서 비롯된 현상인가. “경제가 그 근저에서부터 방향을 바꿀 때 정치에는 과격한 전환이 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경제가 오랜 기간 동안 기능장애 증세를 보일 때 더 그렇다.” 워싱턴포스트의 진단이다.
“미 중산층의 지속적인 생활수준 저하는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사회질서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이는 미국의 파워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싱크탱크 스트랫포가 일찍이 내린 경고다.
2009년 대불황 이후 실업률은 크게 줄어 5%선을 맴돈다. 임금은 그러나 제 자리 걸음이다. 중간소득도, 빈곤 율도 그대로다. 한 마디로 중산층의 입지가 날로 줄고 있는 것이 현재 미국의 경제구조다.
그 정황에서 대중의 불만은 높아만 간다. 극단화의 경향마저 보이면서 트럼프의 선동에, 샌더스의 불평등 타파 주장에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상황은 더 나쁘다. 때문에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대두되면서 쏠림 현상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경제 환경. 기능이 정지된 정치체제. 게다가 무능한 정치인. 거기에 반해 높아만 가고 있는 대중의 분노. 이 분노의 글로벌 신드롬에서 대한민국은 예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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