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 신문 오피니언 지면에 색다른 광고가 실렸다. ‘신붓감 구함’이라는 큼직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광고를 낸 분은 LA와 다이아몬드 바에서 개업 중인 치과의사 이종문 씨로 41세 큰아들의 신붓감을 구한다고 했다. ‘키 181cm, USC 치과대학 졸업, 본인 소유의 치과병원 운영’ … 신랑감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광고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광고 낸다고 효과가 있을까?” 가 일반적 반응이라면, 자녀 혼사문제로 속썩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의 반응에는 한숨이 실렸다. “그 심정 백번 이해된다” “오죽하면 신문에 광고까지 냈을까?” 하는 동병상련이다.
신랑감의 나이가 마흔을 넘은 것을 보면 ‘신문광고’는 마지막 수단쯤 될 것 같다. 필시 수년 간 지인들에게 ‘참한 규수’ 소개를 부탁했을 것이고, 결혼정보회사 같은 중매 전문업체의 문을 두드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결혼이 성사되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진 아버지가 ‘신문광고’ 아이디어를 동원하게 된 것 같다.
결혼 기상도가 전반적으로 ‘흐림’이다. 30대 미혼은 보통, 40을 넘어서도 미혼인 자녀들 때문에 밤잠을 못자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결혼을 안 하려는 것은 아닌 데, 그렇다고 기어이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로 어물어물 하다 보니 나이가 서른 중반 넘어 마흔을 향하는 자녀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우리 2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요즘 젊은 세대는 대체로 결혼에 적극적이지 않다.
미국의 결혼률은 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통계 정보라는 기관이 발표한 ‘2015 미국 결혼 예보’를 보면 올해 미국의 결혼률은 인구 1,000명당 6.74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867년(1,000명당 9.6)이후 가장 낮다. 초혼뿐 아니라 재혼, 삼혼까지 모두 합한 것이 이 정도다. 2차 대전 참전용사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1946년 1,000명 당 16.4로 최고치를 기록한 결혼률은 1960년 8.5로 떨어졌다가 1980년대 중반 10.8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1990년대부터 하락세다.
그 결과 2012년 인구조사 기준, 25세 이상 성인(총 4,200만명) 중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1960년 10명에 한명 꼴이던 것이 지금은 5명에 한명 꼴로 늘었다.
결혼이 이렇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우선 결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혼이 건전한 사회의 근간이라고 보던 전통적 시각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가 종교에서 멀어지면서 기독교적 결혼관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거기에 여성의 경제력 그리고 독신으로 살아도 전혀 불편할 것 없는 편리한 생활환경이 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왜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이다. 자연히 결혼은 뒤로 미뤄져서 남성의 40%, 여성의 1/3이 30대에 미혼 딱지를 뗀다.
일에 묶여 연애할 틈은 없고, 결혼을 ‘선택’ 쯤으로 여기는 자녀들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부모들이 앞장선 적이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여러 번 있다. 그중 하나가 이번 주말 제15차 모임을 갖는 청실홍실 운동이다. 김재동 종신부제가 주축이 되어 남가주 가톨릭종신부제 협회 주최 사업으로 시작한지 6년이 되었다.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우리 집에 이런 아들/딸이 있다”고 소개하는 행사이다. 그리고는 서로 자기 자녀와 잘 맞을 것 같다 싶은 부모들이 당사자들 만남을 주선하는데, 결혼에 성공하는 사례가 꽤 있다. 신랑감, 신붓감이 직접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김 부제가 청실홍실을 구상한 것은 둘째아들을 결혼시키면서였다. 내과 레지던트이던 아들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지금의 며느리를 만나 결혼했다. 당시 가입비를 내고 소개받은 후 결혼이 성사되자 사례비로 내는 돈이 상당했다. 그걸 보고 누군가 이걸 무료로, 봉사사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청실홍실 모임을 시작했다.
‘신붓감 구함’ 광고를 낸 이종문 씨는 지난 한주 밀려드는 전화, 이메일로 정신이 없었다. 남가주는 물론 멀리 뉴욕에서까지 신붓감의 친구, 부모, 그리고 본인들이 연락을 해 와서 즐거운 ‘교통정리’ 중이다.
“신문광고 낸 걸 보고 ‘주책’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이렇게라도 해서 며느리 얻는다면 개의치 않습니다. 연락이 수십 군데서 온 걸 보면 자녀 혼사문제가 집집마다 심각합니다.”부모가 나서야 자녀가 결혼에 관심을 갖는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한국말을 잘 가르치고, 부모를 공경하도록 가르칠수록 동족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자녀가 아직 어린 부모들이 참고했으면 한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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