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의 특징, 폭포수같은 소나기에 금방 쾌청해지는 하늘
▶ 남부의 미인•역사의 도시 사바나에 귀가 솔깃
청순한 이름과는 달리 우아하고 품위있는 도시
남북전쟁 시작된 찰스턴엔 신구문화 어우러져
대서양 제일 해변 머틀 비치, 백사장만 60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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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인 싫다고 할 남자가 있겠는가. 남부의 미인이라고 소개한 어느 사람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플로리다에서 제일 큰 도시 잭슨빌을 그냥 지나친 후 조지아주 최초의 주도였던 사바나(Savannah, GA)를 향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달릴 수밖에…원주민 Shawnee족 인디언의 다른 이름인 Sawanoki에서 유래된 사바나는 왠지 이름만으로도 청순한 시골 미인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실은 지성을 겸비한 귀부인같이 우아하고 품위 있는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 미국에서 제일 큰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된 역사지구를 중심으로 24개의 광장이 스패니쉬 모스(Spanish Moss)로 뒤덮인 떡갈나무로 이어져 웅장한 건물들과 함께 도시의 기품을 드러내고 있다.
1864년 남북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아 대부분의 남부도시들이 파괴되고 있을 때 사바나만큼은 보존시켜 달라는 링컨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으로 북군의 셔먼 장군이 사바나 플라스키 요새를 함락한 후 링컨 대통령에게 사바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증정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만큼 유서 깊은 도시로서 역사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빅토리아 건물이 1,000여 채 보존되어 있는 대표적인 빅토리아 역사지구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바나는 Franklin Square, Chippewa Square 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24개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영화 촬영의 명소로도 유명한데, 나는 못 봤지만,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Forest Gump를 촬영한 곳이란다.
아마도 톰 행크스 같이 매력 있는 남자가 저 아름다운 공원 벤치에 앉아 휘파람 불면 어느 여인이라도 다가와 속삭일 듯…나무그늘 벤치에 앉아 오가는 여인들을 흘깃거려 봐도 누구 하나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옆에 있는 조수 때문이겠지 라고 하하 또 웃어본다. 아름다운 정원들로 이어진 고색창연한 시내를 돌며 사바나 시청 근처에 분홍색 예쁜 레스토랑이 있어 찾아갔더니 유명한 식당이란다. 본래 계획은 잘 알려진 Riverfront 길가 식당 거리에서 이것저것 즐기려 했지만 이 레스토랑이 유명하다 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The Olde Pink House’ 이름과 걸맞게 우아한 분홍빛에 고풍스런 건물, 나중에 알고 보니 초창기에는 시청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라나.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맛 모두 합격점. 오랜만에 폼 잡고 우아하게 Civilized life를 즐겼다.
사바나의 포근한 잠자리에서 아쉬움을 떨치고 일어나 2시간쯤 동북쪽으로 올라가 남북전쟁이 시작된 도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Charleston, SC)을 찾았다. 사바나와 찰스턴 두 군데 모두 Deep South에 속해있는 미국 전통적 남부지방의 역사 관광도시로 유명한 곳이며 또한 두 도시 모두 항구도시로 분위기 역시 비슷하다.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거리 King Street에는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인기 명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건물과 현대적 시설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다.
시간이 된다면 Magnolia Plantation & Garden(목련재배 농장)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로컨트리(Lowcountry)에서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해온 흑인 노예 후손들의 전통 바구니 만드는 모습 그리고 노예들이 살던 오두막 등을 들러보는 것도 좋으리라.
값싸고 맛있는 남부 해산물로 배를 채운 후 대서양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머틀 비치(Myrtle Beach)를 향했다. USB에서 흐르는 황제 볼륨을 크게 올리고 황제가 된 기분으로 달리는데 별안간 빗방울이 후드득거리더니 양동이로 들어붓는 듯한 폭포수가 되고 번개가 번쩍번쩍 요란을 떨며 천둥이 천지를 뒤흔든다.
한 치의 앞도 보이질 않아 오른쪽 숄더로 비켜 정차한 다음 하늘을 쳐다보며 놀기 좋아 돌아만 다닌 죄 많은(?) 인생 야단치시는 하나님께 봐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쾌청, 반짝인다. 이것이 남부지방 날씨의 특징이다.
찰스턴에서 동북쪽으로 90마일정도 떨어져 있는 머틀 비치는 듣던 대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60마일 넘게 뻗어있는 하얀 백사장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매우 좋은 곳으로 호텔, 쇼핑, 식당, 골프장, 엔터테인먼트 등등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무한한 재미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곳이다.
백사장에서 잠시 썬텐을 즐긴 후 북쪽으로 80마일 떨어진 노스 캐롤라이나의 윌밍턴(Wilmington, NC)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데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내외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화학을 전공한 그는 유수한 인더스트리를 거쳐 대학에 남아 있다가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후 자원봉사로 지역사회에 소리 없이 공헌하고 있는 친구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서 부부가 된 그들은 결혼 40년이 지난 지금, 부인이 선생이 되어 남편을 가르친다. 죽은 듯이 따라주는 남편과 혼내는 부인, 정말로 재미있고 귀여운 부부다.
다음날 친구와 함께 케이프 피어 강(Cape Fear River)과 바다를 끼고 시작된 아름다운 윌밍턴 역사지구를 마차 투어에 이어 2차 세계대전 때 참전한 North Carolina 전투함 투어, 남북전쟁의 역사 등 친구는 관광 가이드보다 더 해박한 지식으로 우릴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먹거리 집!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근처에 있는 이 부리토식당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입구부터가 재미있는 스티커들로 장식되어있다.
“Flaming Amy’s Burrito Barn” - 부리토 종류도 다양하고 엄청나게 크며 특징이 무제한 Refill 칩(Chip)! 그리고 중요한 것은 5~6가지가 되는 딥 소스, 제각기 특이한 맛에 난 그만 딥 삼매경!인생이 그러하거늘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이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건만 난 아직도 익숙지가 못하다. 오늘도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친구에게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그의 자녀들을 만나러 오라는 옹색한 말로 아쉬운 속마음을 대신한다.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높아 보인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사바나의 밤
-장 금 자-
파란이끼 돌 벽 아래
오랜 세월 다져온 자갈
담았던 이야기 펼쳐낸다
카페에 불 켜지고
낯익은 노래 속에 추억이 흐르는데
눈물도 웃음도 가슴에 묻어
사바나 리버로 다가갈 수 없는 아픔 감춘다
얼마나 더 많은 세월 기다려야 하나
강물은 애달픈 목소리로 출렁출렁 부르는데
수많은 발자국 속에
비어져가는 가슴 싸안아
반짝반짝 몸단장하며 밤을 지샌다
언젠가는 갈수 있겠지
사바나 리버
너의 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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