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독자와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60대 중반인 그 주부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집안일도 즐겁게 하고, 운동도 재미있게 하며, 주변의 꽃이며 나무도 그냥 넘기는 법 없이 즐긴다. 항상 밝고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어서 평생 어려움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유한마담쯤으로 생각했다.
그분이 재혼을 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얼마 전이었다. “25년 전 캐나다로 이민 와서 17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고생고생하며 삼남매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 시키고, 또 혼자 고생고생 하며 살다가 2년 전에 재혼했다”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몇 년 연상인 그의 남편은 전 부인과 사별을 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양쪽 집 자녀들은 이미 다 결혼해 잘 살고 있어서, 부부는 자녀들의 축복 속에 재혼했다. 60대에 다시 시작한 결혼생활에 그는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다.
“나이 들어 재혼하니, 시어머니가 있나? 시동생 시누이가 있나? 애 낳아 키울 걱정이 있나? 돈 모을 걱정이 있나?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그래서 매 순간순간을 즐기며 건강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는데, “남편과 90까지 산다고 해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지금 대단히 행복하다는 말로 풀이된다.
‘재혼’이 인생 황혼기의 테마로 등장했다. 과거 재혼은 주로 30대나 40대의 일이었다. 이혼이나 사별로 젊은 나이에 혼자되면 ‘구만리 같은’ 세월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보통 재혼을 한다. 그리고 첫 번째 결혼에서 얻지 못한 행복을 두 번째 결혼에서 얻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결혼에서 얻은 자녀들, 전 배우자와의 앙금, 배로 복잡해진 가족관계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일이 많다. 재혼 부부의 이혼율이 초혼의 경우보다 높은 배경이다.
요즘은 60즈음 연령층이 재혼의 주인공들로 부상하고 있다. 60대가 이전 40대라고 할만큼 몸과 마음이 젊고 기대여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의 재혼은 대단히 현실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 공단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60세인 남성의 기대여명은 23년, 여성은 28년 정도 된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사회보장국이 산출하는 기대여명을 보면 현재 60세인 남성은 앞으로 23.5년, 여성은 26.2년을 더 산다. 건강한 60대는 어렵지 않게 90까지 산다고 한다.
‘인생은 60부터’라던 것이 어느새 ‘인생은 70부터’로 바뀌었다. 60 즈음에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이혼을 하고 나면 혼자 지내야할 세월이 ‘구만리’다. 재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지난 연말 퓨리서치 센터가 연방 센서스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13년 결혼 10건 중 4건은 신랑신부 중 적어도 한사람이 재혼이고, 이들 중 50대 60대의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주위에 사별한 케이스도 많고 재혼한 케이스도 많다. 대개 여성들은 혼자 사는 반면 남성들은 배우자가 세상 떠나기가 무섭게 재혼을 해서 눈총을 받기도 한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부부만 살다가 배우자가 떠나면 그 ‘텅 빈 집’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 가사에 매여 산 여성들은 모처럼 찾아온 자유로움, 홀가분함을 즐긴다. 반면, 남성들은 ‘혼자’라는 사실을 못 견뎌 한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처량하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불 꺼진 캄캄한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고도 한다. 이따금 병이라도 나면 “옆에 아무도 없으니 이러다 내가 ‘혼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불안해한다.
노년에 혼자가 되면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친구도 좋고 말동무도 좋고 애인도 좋고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재혼도 노년의 삶의 질을 높여줄 좋은 선택이다. 자녀들 떠나고 홀로 남았다는 점에서 60대는 재혼하기 딱 좋은 여건이다.
나이들어 재혼하면 끝까지 잘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배려와 존중은 필수라고 앞의 주부는 말한다.
“남편은 부인을 암으로 잃었어요. 그러니 다시 만난 사람 또 죽으면 안 되니까 잘하려고 신경 쓰고, 나는 이혼한 여자 - 다시는 그 불명예스런 이혼 안하려고 또 신경을 쓰지요.”그가 말하는 성공적 결혼생활의 비결은 간단하다. 남편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이가 싫어하는 건 안하고, 좋아하는 건 하면 된다”. 이 말을 새기면 어느 부부인들 이혼할 일이 있을까.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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