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하는 인터뷰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상대를 앞에 두고 하는 대면 인터뷰가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전화로 인터뷰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공간적 문제나 상대의 사정 때문에 미리 질문지를 보내 답변을 받는 서면 인터뷰도 있다.
모두가 인터뷰이긴 하지만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면 인터뷰가 가장 생동감 넘친다. 상대방 입에서 나오는 답변이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서면 인터뷰의 답변들은 잘 정돈되어 있는 반면 규격화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전화선 너머로 하는 인터뷰도 편리하기는 하지만 상대의 진심과 감정을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과 글로만 이뤄지는 행위가 아니다. 특히 글로만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굳이 이런 지적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만큼 서로의 의중이 깊이 교환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없다.
하물며 국가의 현안을 다루는 일에 있어 국정 책임자와 실무진 간의 대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지나친 대면 기피 스타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물론 무책임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번 달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매설해 놓은 지뢰가 폭발, 한국군들이 크게 다쳤다. 남북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킨 비상사태였음에도 국방장관은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대면 보고를 하지 못했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평소 박 대통령의 대면 기피 성향으로 볼 때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이 초래하는 혼란과 난맥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심각한 수준의 대면 기피 증세는 이미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 메르스 사태 때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은 모두 21회의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전부 유선이나 서면 보고였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무장관이 대통령 얼굴을 보며 보고한 것은 발생 6일 후, 그것도 국무회의 자리에서였다.
대통령이 장관이나 비서들을 직접 만나 보고를 받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에서는 감정과 표정이 오간다. 더구나 현안 보고일 경우 대통령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직접 묻고 추가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대통령의 대면 기피는 비단 장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과 야당도 기피 대상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다 싶으면 기자회견을 통해 준비한 원고만 읽고 내려온다. 질문을 받지 않는다. 또 야당 정치인 만나는 것도 극력 피한다.
서면 보고와 준비된 원고는 좋아하면서도 대면 보고,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한 국민들과의 대화는 극력 기피하는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 ‘박근혜 번역기’라는 게 유행하고 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통령의 발언들을 모아 해석해 준다는 온라인 페이지다.
대통령이 원고 없이 하는 말들은 너무 두서가 없어 이해하기 힘들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리고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데 이것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사안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대통령이 대면보고와 질문 받는 기자회견, 불편한 상대와의 면담을 기피하는 데는 내적인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불안의 밑바닥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탱시켜줄 소양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는 ‘대면의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면과 진솔한 대화 없이 과연 좋은 정치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에게서 무슨 대단한 철학과 지적 소양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귀를 기울이는 열린 모습을 보기 원할 뿐이다. 이것만 해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급상승할 것이다. 지지율에 유독 민감한 대통령이 이런 간단한 방법은 모르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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