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 중이던 지난 가을 브루클린 미술관에 가니 패션의 역사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패션의 변천사를 둘러보던 중 웃음이 절로 나오는 ‘패션’이 있었다. 1939년 미국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미래의 패션’이었다.
‘미래’는 2000년. 20세기를 지나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을 사회를 그들은 상상했다. 남성 의상이 특히 재미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옷에 주머니가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 대신 조끼 같은 것을 걸치는데, 거기에 첨단테크놀로지 제품들을 ‘보란 듯이’ 주렁주렁 매달게 되어 있었다. 전화, 라디오, 열쇠, 동전이나 캔디 담는 용기 등. 걸어 다니면서 전화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 열쇠를 꺼내 바로 운전도 하고 … “와, 이런 게 가능할까?” 사람들은 신기해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불과 70여년, 당시의 상상은 애교로 받아들이기도 힘들 만큼 유치한 수준이다. 상상의 한계, 상상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우리는 결국 아는 만큼만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상상으로 현실의 한계를 밀어냄으로써 이전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의 눈을 광활한 우주로 돌리게 하는 뉴스들이 연이어 나왔다. 첫 번째는 태양계의 막둥이 명왕성으로부터 날아든 소식. 연방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06년 쏘아올린 무인탐사선 뉴 호라이즌스가 9년6개월을 날아가 마침내 명왕성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지구로부터 35억 마일 떨어진, 상상을 불허하는 아득한 저편에서 지표면에 밝은 하트모양이 새겨진 명왕성이 지난 14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번째 소식은 지난 20일 런던에서 발표되었다. 태양계의 광대함만으로도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인 우리에게 이 시대 최고의 천체물리학자들은 태양계 너머 은하계와 그 너머 은하들을 들고 나왔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발표한 ‘돌파구 계획(Breakthrough Initiative)’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은하에서 가까운 100여 은하를 무대로 지적 생명체를 찾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계인’ 탐사 작전이다. 러시아의 테크놀로지 재벌 유리 밀너가 내놓은 1억 달러를 기금으로 호킹 박사 주도 하에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지름은 10만 광년. 그런 은하 100여개는 우리의 머리로 상상이 불가한 규모이다. 그 무한한 우주 어디선가 어떤 지적 생명체가 보내오는 신호가 있는지를 최첨단 장비로 수집해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가 있는 곳이 지구만은 아닐 것으로 거의 확신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신호를 듣는데 주력할 뿐 지구에서 신호를 내보내지는 않는다. 호킹 박사는 우주에 대고 소리치는 데 대해 경고를 한다. 진보한 외계종족 중에 난폭함과 공격성을 가진 종족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읽는 외계종족이 우리보다 수십억년 앞서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그들의 힘은 엄청나게 강해서 우리 보기를 마치 우리가 박테리아 보듯 할 수 있다”고 호킹 박사는 말했다.
세 번째는 지난 23일 NASA가 공개한 ‘지구의 사촌’ 소식. 지구와 크기, 나이, 항성으로부터의 거리가 비슷하고 그 항성 역시 우리의 태양과 비슷해서 지구와 판박이인 행성이 발견되었다고 NASA가 발표했다.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행성은 여러 조건으로 볼 때 지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있고 기후가 온화할 것으로 짐작되며 그래서 인간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들 뉴스와 별도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은 화성 진출이다. 다음 세대 중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직 우주인, 과학전문 저술가들이 여럿 있다. NASA는 2030년대 우주인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고, 마즈 원이라는 비영리그룹은 화성으로 보낼 우주인들을 현재 선발 중이다.
20세기에 인류는 태양계 내에서 우주 탐험을 시작했다. 21세기는 은하계 너머로 진출하며 외계종족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21세기 후반 인류는 어느 행성에서 어떤 종족들과 어울리며 어떤 외계의 손님들을 맞고 있을까. 우리가 부딪치는 상상의 한계가 1930년대에 2000년의 테크놀로지를 상상했던 딱 그 수준이다.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앞날을 내다보기 어렵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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