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새벽 3시. 창밖은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 시각 잠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여름 불청객이 찾아와서다. 손등의 불룩한 가려움. 손톱으로 눌러도 소용이 없다. 귓가에선 앵앵~거리는 날개 짓 소리가 들렸다. 참을 수 없었다. 1초에 600번 가량의 날개 짓을 한다니 오죽하겠는가. 500-600Hz의 높은 소리니 짜증나는 건 당연지사. 자다가 물리는 모기엔 도대체 둔감해지지 않는다. 여지없이 잠에서 깰 뿐이다. 몸길이 15mm, 무게 2mg의 모기가 주범이다.
불을 켰다. 침대 한 모퉁이에 등을 기댔다. 안경을 쓰고 눈의 레이더(?)를 작동했다. 스캔하듯 벽을 훑어 내렸다. 귀도 쫑긋 세웠다. 시청각 합동작전을 펼치기 위함이다. 소리가 맴돌았다. 그런데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눈앞을 스쳐가다 다시 사라졌다. 순간이동의 고수(?)인가보다.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찾았다. 눈치 못 채게 살며시 다가갔다.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신속함으로 잡았다. 배가 터진 벽에는 핏자국이 남았다. 내 손등에서 빨아 먹은 필 게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고음역 날개 짓 소리가 여전히 들렸다.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뒤뜰로 연결된 문 틈새로 몰려왔나 보다. 새벽녘 전투의지를 들끓게 했다. 모기와의 한 판 전쟁이다. 우선 최첨단무기(?)를 챙겼다. 거실에서 벌레 잡는 전기 채를 가져왔다. 충전도 빵빵했다. 모기를 향해 채를 휘둘렀다. 모기가 닿자 불꽃이 튀었다. ‘찌지직’ 감전사하는 소리가 났다. 쥐포 타는 냄새도 풍겼다. 꽤나 큰 놈들이었나 보다.
새벽 4시. 창밖은 아직도 깜깜했다. 불을 껐다. 다시 단잠을 청했다. 그 때 또 앵앵 소리가 났다. 한 마리 더 남았나 보다. 짜증과 화가 밀려왔다. 잠도 확 깼다. 자는 걸 포기하고 불을 켰다. 나머지 모기마저 잡았다. 샤워를 한 탓인지 아내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거실로 나와 인터넷을 켰다. 검색에 ‘모기, 모기, 모기’를 써 넣었다. ‘모기를 죽입시다. 모기는 우리 모두의 원수. 그래도 나 좋다고 오는 여자는 얘 뿐이다’라고 쓰여 있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패라 했으니 웹 여행에 좀 더 나섰다.
모기의 화석은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모기의 조상은 1억7천만 전에도 살았다는 얘기다. 인류의 기원은 200만 년 전쯤. 모기는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생명체로 존재했다. 그러니 모기와의 전쟁은 인간이 출현하면서부터다. 지구상에 미리 온 모기가 인간이란 표적물을 골라가며 공격해 온 것이다. 모기는 절대로 우습게 볼 대상이 아니었다.
모기는 여름철 귀찮은 불청객이다. 한 순간 피를 빨아가는 얄미운 흡혈귀다. 그러니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핵심은 모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피하면 될 일이다.
모기는 향수나 비누 냄새를 좋아한다. 남녀가 함께 잠을 자면 주로 여자가 물리는 이유다. 술과 땀 냄새도 좋아한다. 그래서 술 취한 사람, 살이 찐 사람, 운동하는 사람, 어린이나 임산부 등을 좋아한다. 때문에 이런 체질의 사람들은 자기 전 꼭 샤워를 해야 모기의 사랑을 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모기는 어둡고 습한 곳은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색깔로는 빨강, 파랑, 검정 등 강렬하고 어두운 색상을 좋아한다. 그러니 여름철 야외활동을 할 때는 노랑, 연두, 흰색 등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면 모기에 덜 물릴 수 있다.
모기는 참으로 무서운 녀석이다. 아니 겁나는 암컷이다. 모기가 피를 빨아 먹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바로 번식의 본능이다. 산란기에 접어든 암컷모기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피를 찾는다. 수컷모기는 피를 빨지 않고 꽃의 꿀, 나무의 수액, 이슬 등을 먹고 살뿐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우리를 공격하는 모기들은 모두 암컷인 것이다.
모기는 한여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앵앵 날개 짓 소리에 밤잠을 설치게 한다. 물리면 가려워 짜증나게 하기 일쑤다. 한마디로 귀찮은 존재들인 것이다. 어느덧 7월 중순 한여름이다. 무더위와 모기들도 서서히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바야흐로 ‘모기와의 한 판 전쟁’에 대비한 지피지기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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