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의 왕 외삼촌 키악사레스 요청에 따라 키루스는 페르시아의 병력3만을 거느리고 원병을 떠난다. 아무리 잘난 아들이라도 아버지의 눈에는 다만 철부지. 전쟁터에 아들을 내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은 염려스럽기만 하다.
아버지 캄비세스 왕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아들을 국경까지 배웅한다. “너는 무슨 일을 하던 항상 신(神)께 먼저 기도하는 것을 잊지마라.” 키루스가 대답한다.
“네, 아버지께서 항상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활을 쏠 줄 모르는 사람이 탁월한 궁수가 되게 해 달라고 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 씨를 뿌리지 않은 사람이 곡식을 거두게 해 달라고 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 전쟁에 대비하지 않은 사람이 보호를 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들도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철저하게 준비를 한 다음 최선을 다하여 싸우며 기도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또 묻는다.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은 적군이 아니라 네가 당면한 상황일 수 있다. 아무리 전략과 전술이 훌륭하고 군사들이 용감하여도 보급이 작전을 받혀주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네, 아버지. 메데 왕 외삼촌이 보급은 얼마든지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너는 외삼촌 말만 믿고 네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간단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군대는 근본적으로 무지막지한 소비 집단이다. 너희 군사는 엄청난 양의 보급품을 소모할 것이고, 또 네 외삼촌 역시도 자기 군대 유지에 엄청난 보급품을 필요로 할 것이다. 세상만사가 어디 뜻대로 된다더냐? 만일 삼촌도 보급품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그가 너를 원정에 끌어 들이기 위하여 거짓말을 했다면 그 때가서 너는 네 군대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이냐?”
키루스는 아직 순진한 젊은이였다.
“모릅니다, 아버지. 방법을 알려 주세요.”
아들이 묻자 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들아, 네가 어디서 그 방법을 찾을지 나에게 묻지 마라. 군대를 지휘하는 너 보다 방법을 더 잘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지금 네가 이끌고 가는 페르시아의 보병 부대는 막강하다. 그리고 너는 세계 최고의 메데의 기병 부대도 지휘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위의 어느 나라가 너를 돕기를 거절하겠느냐? 그들로 부터 구하라. 보급품은 가장 풍족할 때 더 확보하는 것이지, 부족할 즈음에 구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풍족하면 구하기가 쉽다. 네가 강하면 서로 너를 도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너의 군대가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져서 네 약점이 노출되면 그 때는 어느 누구도 너를 돕기 꺼려할 것이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군대는 어떻게 통솔할 것이냐?”
“제가 배운 대로는 명령을 잘 수행하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못하는 자에게는 처벌과 불명예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강제적인 방법이다. 더 좋은 방법은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명령 받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복종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복종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충고한다.
“위대하다고 칭송을 받던 그 사람이 떠받들던 사람에 의해서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더냐? 오랫동안 동맹관계를 맺고 있던 나라가 이익에 따라 얼마나 매정하게 돌아서더냐? 오랫동안 호의를 주고받던 친구로부터 버림 받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더냐? 네가 진실하게 대한다고 상대방도 너에게 진실하게 대할 것을 기대하지 마라.”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 미묘한 동물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전투 그 자체에게 결정 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프랑스에게 전투에서는 항상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항상 졌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스 독일의 명장이었던 만슈타인의 회고이다.
아버지 캄비세스 왕도 원정을 떠나는 아들 키루스에게 들려주는 것은 군사작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의 극히 작은 일부분, 그보다는 더 큰 그림과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작고 미묘한 사항들이다.
키루스의 정복 전쟁은 기원전 547에서 529년 사이이다. 키루스는 알렉산더나 한니발이 보여준 눈부신 작전 보다는 군사외적인 면에 충실하여 승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적의 우방국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그럼으로써 얻을 이익을 제시한다. 적과 싸우기 전에 적 내부에서 우리에게 동조할 세력을 찾는다. 전쟁에 이기더라도 피정복민들에 대한 약탈을 금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관용을 베푼다. 그래서 키루스에게 항복을 하더라도 자기들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훌륭한 세일즈맨은 물건을 팔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인격을 먼저 판다고 했다. 전쟁도 사업도 결국 승리하는 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라는 것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키루스 대왕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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