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15일. 새 날이 밝았다. 많은 중국인들, 그러니까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투자자들은 기대로 들떠 있었다. 이 날은 시진핑의 생일이다. 그러니 증시는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그 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 이상 떨어졌다. 동시에 비보가 전해졌다. 빚에 쫓긴 투자자가 베이징의 금융가 빌딩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잠깐. 한 가지 질문이 있다. 국가 지도자의 생일과 증시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중국인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중국 몽(夢)을 이루기 원하는가. 그러면 주식을 사들여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앞장섰다. 그리고 관제 언론들은 일제히 오름세 증시 찬가를 불렀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다. 주식을 사는 것은 본인은 물론, 당과 국가를 위한 행위다.
당이, 국가가 앞장 서 증시를 끌어올렸다. 실물경제가 시원치 않다. 돌파구가 없을까. 돈을 풀어 증권시장을 띄우는 거다.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재가동 시키는 것이다. ‘오르기만 하는 주식’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11일 2033.00까지 가라앉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6월12일 장중 한때 5178.19를 마크, 155%의 수직상승을 기록했다. 상한가만 거듭되는 증시. 그걸 투자자들은 ‘시 아저씨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너도 나도 빚까지 내가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주식 값이 떨어졌다. 6월12일을 피크로 투매가 이루어지면서 내리막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그러나 시장을 통제하는 당과 정부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그리고 6월15일. 뭔가 조치가 있겠지.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켜진 것은 경고등이었다. 폭락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중국의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보통 사람’ 투자자들이 그렇다. 정부가 앞장 서 투자를 유도했다. 그 관제(官製)열풍에 휩쓸려 주식투자에 가담한 보통 사람들은 1억에 가깝다.
빚을 냈다. 집을 잡혔다. 그렇게 해서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었다. 막차를 탄 것이다. 그 ‘관제 열풍’은 소기의 목적을 오버해 달성했다. 증시개방 1년도 못 돼 지수가 5000을 돌파하면서 과열되기 시작한 것.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그 속도가 그런데 너무 빨랐다. 주식 값은 폭락을 거듭, 급기야 자살자가 속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급해진 당국은 반대로 증시 부양에 나섰다. 그 조치가 그런데 그렇다. 하나 같이 초강수다. 그중 가장 과격한 조치는 상장기업 절반 정도에게 거래를 중단시킨 것으로 이는 중국의 증권시장이 사실상 붕괴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계속된 비상조치로 어찌됐든 중국 증권시장은 한숨을 돌렸다. 지난 6월12일 이후 한 달 불과한 사이 33%나 빠졌던 증시가 일단 폭락세를 멈춘 것이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여기서 한 가지가 새삼 지적된다. 자신감으로 꽉 차 있다. 오만하게 비쳐질 정도다. 그런데 한 꺼풀 제치고 보니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 널 띄기 중시와 관련해 드러난 베이징 당국의 진짜 얼굴이다. 왜.
현대판 유맹(流氓)의 무리라고 할까. 고향을 등졌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 사이를 방황한다. 농촌공(農村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 숫자는 3억이 넘는다. 그들은 대부분이 젊다. 교육수준도 높다. 노동시장의 주류를 이룬다.
그 농촌공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의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제외돼왔다. 오히려 이용만 당했다. 경제가 식으면서 그 불만은 분노로 변해가고 있다. 비등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현대판 유맹의 움직임에 베이징은 상당히 예민해 있다.
그런데 새로 1억 가까운 보통 사람들이 관제 증시 파동으로 전 재산을 날렸다. 그리고 속출하는 게 자살이다. 경제문제다. 그런데 사회, 정치문제로 번질 조짐이다. 초조해질 수밖에.
그 초조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외국의 적대세력의 음해로부터 중국을 지켜야 한다’-.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내건 표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사회, 문화, 종교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분야에서 외국의 적대 세력이 암암리에 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피해망상 증세는 새로 제정된 국가안전 법에도 스며들었다. 인권을 이야기 한다. 이는 외국의 적대세력이 중국을 음해하려는 행위다. 그러니 국가 안전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도 들려온다. 증시파동도 다름 아닌 외국의 음해세력 짓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게 골드만삭스이고, 모건스탠리이고, 조지 소로스다.
무엇을 말하나. 국내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그러면 거대한 벽을 친다. 그리고 외국적인 것은 모두 적으로 돌린다. 사상이든, 가치체계든. 이것이 베이징의 전통이란 사실을 새삼 알리고 있는 것이다.
2015년 6월15일.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의 62세 생일날에 일어난 해프닝. 이는 중국의 장래와 관련해 뭔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엔드 게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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