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최고 인기 작가이다. ‘공포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그는 26세의 어린 나이에 쓴 소설 ‘캐리’를 필두로 ‘미저리’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등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가장 대중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그의 책은 3억5,000만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인기 때문에 그의 동정은 뉴스거리가 된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스티븐 킹이 곧 새로운 오디오 단편소설을 출시할 것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술 취한 폭죽들’ (Drunken Fireworks)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책으로 출간되기에 앞서 오디오 북으로 먼저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 작가로서 항상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말 새로운 신진작가가 나타나 킹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바크먼. 바크먼의 출현에 평론가들은 “새로운 신인 탄생”이라며 흥분했다. 심지어 20세기 미국 최고의 심리 스릴러 작가라는 극찬까지들었다. 하지만 수년 후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바크먼은 바로 스티븐킹이었던 것이다.
신인작가의 등장은 킹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킹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평론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많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인기가 단지 운에 불과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바크먼이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내놓았던 것이다. 바크먼에 대한 평단의 호평은 킹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됐다. 평론가들은 킹이 바크먼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을 때 비로소 싸구려 호러작가라는 편견 없이 그의 작품을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TV 오락물 가운데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제목 그대로 출연자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경연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결과보다는 판정단이 복면 뒤 인물이 누군지를 추측하는 과정이 더 큰 재미를 안겨준다. 왜냐하면 복면을 벗길 때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얼굴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판단은 대개 출연자의 겉모습과 노래실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노래가 출중하면 ‘아이돌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진다.
아이돌 하면 벽돌 찍듯 한결같은 춤과 목소리가 먼저 연상되지 가창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탓이다. 복면을 벗고 출연자가 자신을 공개하는 순간 판정단은 자신들의 편견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복면의 힘’을 얘기하면서 ‘파리의 심판’ (The Judgement of Paris)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 ‘파리의 심판’은 1976년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실시된 프랑스 와인들과 캘리포니아 와인들 간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결에서 캘리포니아가 프랑스를 꺾은 ‘대사건’을 말한다.
당시 와인하면 당연히 프랑스를 세계 최고로 여기고 캘리포니아 것은 쳐주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결과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모두 캘리포니아의 승리. 와인전문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맛을 잘 안다는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레이블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에 지배당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편견과 선입견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때문이다. 수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뇌는 정보를 되도록 단순하게 처리하려 든다. ‘심리적 구두쇠’라고 부르는 작용이다. 또 사회 정치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편견이 조장되기도 한다. 그렇게 편견은 만들어지고 자라난다.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기자들은 열심히 발품을 판다. 게으름은 진실의 적이다. 마찬가지로 인지적 게으름인 심리적 구두쇠 작용은 있는 그대로를보지 못하게 한다. 편견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우려면 항상 상대를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건 그렇고, 노래를 쥐락펴락하는 가창력의 소유자인 현 복면가왕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뜨겁다. 네티즌들의 추적으로 정체가 거의 드러난 상태이며 이런 추측은 성문(聲紋)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 가수의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하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의 외모와 나이, 배경등은 배제한 채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한 결과일 것이다. 역시 가리니까 제대로 들리고 보인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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