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 대학들의 졸업시즌이 끝나고, 그동안 공부하느라 가족들과 떨어져있던 자녀들이 집 가까운 도시에 전공을 살려 직장을 얻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뒷바라지를 하던 부모들도 한시름 놓게 되었다. 전공이 의사나 회계사나 또 다른 수요가 많은 인기 분야라면, 앞으로 경제적으로도 자녀가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은 거의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부모로서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거기에다가 만일 자녀가 IT 분야나 투자뱅킹 쪽에서 일하게 되었다면 경제적 안정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상당한 재산이 생길 가능성도 높은 게 사실이다. 주변에서 모두들 부러워하는 부모가 되었으니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한건 맞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졸업생들의 경우는 내 자식의 얘기가 아닌데 싶은 부모들이 있다면, 자녀의 대학교육 어디에 조금은 빈구석이 있지 않았나,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다면 좀 어렵게 되어버렸지만, 앞으로 자녀가 대학을 가게 되는 비교적 젊은 부모들의 경우에는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대학 교육을 계획하는 중에 학부모들이 카운슬러들로부터 듣는 아주 기본적인 얘기들이 있다. “대학교육은 인성교육이다. 기본소양과 넓은 지식을 쌓는 것이지 대학이 취직준비 목적으로 가는 곳은 아니다.” “대학을 선택할 때 큰 대학들보다는 인성교육 중심의 동부 작은 명문 사립대를 보내는 것이 자녀교육에 좋다.”
맞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전통 있는 가문출신의 미국 주류사회 사람인가, 소수민족하고는 상관이 별로 없는 미국사회의 쟁쟁한 집안출신인가, 자녀가 부모로부터 문화적, 지적, 윤리적인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아이들인가 등을 생각해야한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 알고 들어야한다는 뜻이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겠다. 자녀가 주류사회의 쟁쟁한 집안출신, 아니 적어도 소수민족이 아닌 어디에서나 번듯하게 들어낼 수 있는 (인종얘기는 하지말자) 그런 형편이라면, 대학에서 기본적 인성교육만 잘 받아도 대학만 졸업하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한번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누가 전직대통령 기념관에서 디렉터 일을 하고 있는가. 누가 시립박물관 큐레이터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얘기를 좀 새겨들을 수 있다면, 소수민족으로 태어난 우리 미주한인 아이들이 대학에서 기본 인성교육만 받고 이런 곳에 취직을 할 수 있는 그런 형편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가 있다.
동부 작은 명문사립대학들. 너무나 좋은 교육의 기회이고 자녀의 인간형성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곳들이다. 좋다. 그러나 다음에 드리는 말씀을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미국경제사에 조예가 깊고 사회전반에 걸친 이슈들에 박학한 칼럼니스트 톰 소웰의 ‘지성인과 사회’란 책을 보면 일류대를 나온 우등생들이 사회의 진정한 개혁이나 진보적 발전에 기여한 적은 별로 없다고 잘 연구 분석되어 있다. 이 문제는 나중 다시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늘은 그가 말한 명문 사립대학 교수들의 ‘세뇌효과’를 한인부모들이 유념하고 있어야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여러 학부모들이 자주 보는 대학 팸플릿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진들이 있다. 아름다운 캠퍼스 잔디밭에 소그룹으로 학생들이 둘러앉아 있고 중간에 교수가 앉아 얘기하는 장면이다. 학생들 아이디 번호로만 등록과 개강을 하고, 대강의실에서 도매금으로 학기수업을 받는 것에 습관된 주립대학 학생들이 보면 부러운 장면이다. 그런데 한인부모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그렇게 교수들로부터 받는 세뇌효과다.
많은 대학교수들이 극도의 리버럴이다. ‘리버럴’을 한글로는 정확히 번역을 할 수가 없는데, 이렇게 된다고 보면 된다. 소웰이 하는 얘기는, 그 박학한 리버럴 교수들 얘기를 4년 동안 듣고 살다가 보면, 세상 모든 것에 날카로운 예지가 생기는 것 같고 자기대로의 주관이 생기는 것 같은데 그것이 전부 시니컬한 것이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인 가정의 똑똑한 대학 졸업생이 취직은 못(안)하고 졸업 후에도 집에 돌아와 부모에 얹혀살면서 자기 자신은 무언가 상당히 사회에서 중요한 일 (무엇인지 물으면 자기도 모른다)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소웰이 얘기하는 ‘세뇌’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녀가 이렇게 되어버린 다음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젊은 학부모들이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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