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검독수리 사냥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영어로 골든 이글이라 불리는 검독수리는 대단히 공격성이 강해서 맹금류 최고의사냥꾼이라고 한다.
몽골 유목민들의 오랜 전통인 검독수리 사냥은 독수리 길들이기로부터 시작된다. 독수리 둥지에서 갓 부화한 새끼를 훔쳐내 길들이는 데 주된 수단은 ‘먹이’와 ‘허기’이다. 어린 독수리를 먹여줌으로써 주인을 알아보게 하는 한편 사냥철이면 거의 굶긴다. 그래야 사냥감을 보면 사냥 본능이 치솟는다고 한다. ‘병기’로 키워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주인과 사냥에 나선 검독수리는 목표물을 보는 순간 하늘로부터 내리꽂히듯 덮쳐 순식간에 사냥을 끝낸다. 그 무서운 집중력과 정확성이 프로 선수들을 떠올리게 한다. 동작 하나, 볼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프로경기에서 무섭게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사냥감을 쫓는 사자나 호랑이, 혹은 검독수리가 떠오른다.
한번 떴다 하면 카리스마가 하늘의 검독수리 같았던 선수로 타이거 우즈(39)를 꼽을 수 있다. 1996년 프로 데뷔 후 10여년 우즈는 명실 공히 ‘타이거’였다. PGA투어 대회 우승 79번, 메이저 대회 우승만 14번이니 이를 넘어설사람은 거의 없다. 메이저 18승의 잭 니클러스(74)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던 우즈가 한번 추락하더니 바닥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올라가야 할 성적은 떨어지고 잠잠해져야 할 스캔들만 떠오른다. 늑대 잡던 검독수리가 다람쥐도 놓치는 모양새다.
니클러스는 우즈의 이런 모습을 보며 ‘정신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신’은 우즈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부분이다.
우즈라는 위대한 작품의 일등공신이었던 아버지 얼 우즈는 타이거를 여타선수로부터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으로 강인한 정신력을 들었었다. 하지만 철통같은 걸로 알려졌던 정신력에 5~6년 전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방황과 좌절은 이제 그의 일상이 되었다.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 얼의 사망,그리고 흑인으로서 백인 스포츠를 하면서 겪어야 했던 인종차별의 상처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아버지얼에게는 인종차별의 한이 있었다. 야구선수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흑인이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없어 대학학업을 택했고, 1953년 대학을 졸업해도 흑인이어서 취직을 할 수 없어 군대를 택했다. 군대내 인종차별 역시 극심했다.
하얀 얼굴밖에 없는 골프장에 까만 얼굴의 부자가 나타나자 이 또한 말거리가 되었다. 이런 차별의 아픔이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되어 우즈의 정신력과 승부욕을 채찍질 했을 수가 있다.
반면 너무 강한 ‘허기’로 너무 오래 무장했던 정신이 피로 한계에 도달하면서 지금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지도 모른다.
‘황제’가 무너진 무주공산에서 몇몇선수들이 잠깐씩 두각을 나타내더니 지금은 조단 스피스(21)가 주목을 받고있다. 22살도 되기 전에 매스터스와 US오픈을 연이어 석권하면서 제2의 우즈가 아닌 가 관심들이 높다.
스피스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골프를 보는 이 젊은 선수의 시각은 신선하다. 프로 선수로서 승부욕은 필수이지만 거기에 강요된 ‘허기’가 작용한 것 같지는 않다. 백인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그는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스피스는 ‘골프 선수’로 길러지지 않았다. 밥 먹고 골프만 친 게 아니다. 건강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여러 스포츠를 두루 하다가 골프에 정착한 케이스이다. 골프장 밖으로 세상은 넓고, 골프는 하나의 즐길 거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의 부모는 가르쳤다.
아울러 선천성 자폐아인 여동생을 돌보면서 겸손과 배려를 배운 그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반듯한 청년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매스터스 우승은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하는 대신 “내 골프 인생의 목표”라고 말할 만큼 시각에 균형이 잡혔다. “매스터스가 가장 위대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게임일 뿐”이라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 덕분이다.
목표를 향해 빨리 가려면 전투적이 되어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전사’로 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허기’를 강요하는 이런 과정은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생의 목표였던 ‘골프 황제’ 자리에 올랐어도 우즈는 허전했던 것 같다. 그 허기를 여자들로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전사’가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키워져야 오래 갈 수 있다. 어려움에 부딪쳐도 버텨낼 저력이 있다. 모든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생각해볼 문제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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