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봄께로 기억된다. 한 때는 지지율이 60%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던 것이 41%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워싱턴 일각에서 조심스레 던져진 질문이었다.
1948년이었나. 하버드대학의 아더 슐레진저 시니어가 역대 미국 대통령에게 랭킹을 부여하는 식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던 게. 이후 ‘가장 위대한’에서 ‘최악의 실패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등급을 매기는 대통령평가는 일종의 정석으로 굳어졌다.
대통령 평가는 학자마다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가장 위대한 대통령’ 하면 항상 나열되는 대통령은 링컨, 워싱턴, 루즈벨트(프랭클린)다. ‘최악의 실패한 대통령’ 리스트는 다소 들쑥날쑥한 편이다. 그러나 변치 않고 그 반열에 오르는 인물은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이다.
위기가 닥쳐왔다. 굳이 따지면 역대 행정부의 누적된 잘못 때문이지 그를 탓할 수는 없다. 미 합중국이 노예위기로 분열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 위기에서 드러난 것은 그러나 그의 철저한 무능이었다.
애당초 ‘깜’이 아니었다. 대통령으로서 품성, 자질이 안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속 좁은 파당적 이해에만 급급했다. 그러다가 위기가 몰려오자 허둥대기만 하다가 실기했다. 그래서 뷰캐넌은 ‘무능의 대표 격인 실패한 대통령’ 하면’ 항상 1위로 거론된다.
그 반대의 경우가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모든 것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나쳐 나만이 옳다는 자아확신이 강한 스타일이라는 게 그에 대한 후세의 평가다. 그 윌슨의 2기는 처절한 실패작으로 평가된다.
한 마디로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지나친 국유화 정책을 추구했다. 반대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자행됐다. 이상주의 독단에 빠진 해외정책은 외교 참사를 불러왔다. 히틀러의 출현은 윌슨의 실패한 외교에서 일부 비롯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37대 대통령 닉슨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렇지만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남을 의심하는 피해망상증에 젖어 있었다. 측근만 신뢰한다. 자연히 인(人)의 장막이 형성됐고 어두운 밀실정치가 펼쳐졌다. 그 결과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다.
철저하게 무능하다. 그런데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면서 위기 시 허둥대다가 일을 그르친다. 나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 있다. 그 자기도취성 정책은 참사를 불러온다. 스스로 밀실에 가두었다. 그 피해망상증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실패한 대통령들이 보여준 특성들이다.
그러면 ‘위대한’으로 평가되는 대통령들은 어떤 속성을 지녔나. ‘대통령학’ 전문가인 마이클 시걸은 네 가지를 들었다. ‘대통령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지녔다’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인사(人事)로 구현된다. 정실인사를 배제한다. 철저히 전문가를 등용하는 것이다. 또 유권자와의 눈높이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선별해 몇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다. 말을 바꾸면 만기친람(萬機親覽)- ‘지독한 마이크로 관리자형’(micro-manager)은 성공한 대통령에게서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되는 중요한 속성은 ‘예스맨’을 멀리하는 것이다. 보스에게 진실을 말하는 용감한 부하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를 첨가한다면 솔직성이다. 그 케이스의 하나가 케네디 대통령이다. 쿠바침공 피그만작전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TV 카메라 앞에 섰다.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전 국민 앞에서 실패를 자인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의 인기는 급강하했나. 그 반대로 치솟았다. 국민들은 지도자에게서 완전함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직성을 기대한다.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오바마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훗날 기억될까. 아닐 것이다.
대법원이 오바마케어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무역협상권한을 위임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둘은 오바마의 핵심 어젠다이다. 때문에 자칫 오바마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투런 홈런을 친 것이다.
그저 이룬 것이 아니다. 의회와의 끊임없는 대화, 소통의 정치를 편 결과 얻어낸 업적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오싹할 정도로 냉기가 돈다. 그 가운데 분노로 가득 찬 대통령의 발언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갈라섰다. 여야의 대립이 깊어졌다. 당청(黨靑)관계도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대통령을 뺀 나머지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심판을 받아야 할 형편없는 인간들인 것이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미증유사태를 맞은 한국의 정국, 그 모습이 부활한 오바마와 겹쳐져서다.
소통자가 아닌, 심판자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 그에 대한 훗날 역사의 평가는 그러면 어떻게 이루어질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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