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년 NBA 시즌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워리어스는 정규 시즌 최다승과 플레이오프 우승으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NBA 최고 팀으로 우뚝 섰다. 이 같은 위업은 선수들이 잘 뛴 결과지만 그 뒤에는 초짜 감독 스티브 커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워리어스 전력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좋은 팀이긴 했지만 챔피언감은 아닌 듯 보였다. ‘굿 팀’이라는 평가를 받던 워리어스를 ‘그레이트 팀’으로 변모시킨 것은 커의 리더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슈터였던 커는 애리조나 대학과 NBA에서 뛰면서 여러 차례 우승을 맛봤다. 이런 경험들은 최고의 명장들이 지닌 리더십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워리어스에서 생애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스티브 커를 뛰어난 리더로 만들어 준 것은 그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자질의 힘이라고 봐야 한다.
커는 무엇보다 명민하다. 농구에 대한 그의 전략적 이해와 명민함은 TNT 방송 농구해설자시절 이미 입증됐다. 그리고 이런 명민함은 NBA 결승 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빛났다. 워리어스가 1승2패로 위기에 몰리자 그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맥을 추지 못하던 7피트 장신 대신 기동력이 좋은 6피트7인치짜리를 센터로 선발 기용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통념을 깨뜨린 파격적 발상이었다. 그리고 이 승부수는 시리즈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처럼 리더의 전략적 능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나긴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이것만으로 팀을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개성 강하고 자존심 센 NBA 선수들을 이끌 때는 더욱 그렇다.
커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지닌 리더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평소 워리어스 홍보팀에 농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읽을거리들을 주문한다. 알 파치노에서부터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사는 인생에 관한 에세이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군상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수시로 “농구를 넘어서는 삶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농구선수들에게 농구보다 중요한 삶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으면 이미지를 활용해 지지율 회복하는 데만 혈안이 되는 정치인에게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게 어렵듯 말이다. 그러나 팀 성공의 공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리고 평소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하는 스티브 커가 하는 말이기에 선수들은 귀를 기울인다.
스티브 커의 이런 인문적 자질은 그의 아버지에서 비롯됐다. 커의 아버지 맬콤 커는 저명한 중동전문가로 UCLA 정치학과장을 지냈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자주 레바논을 방문했던 커는 이를 통해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존중을 배웠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동에 대한 애정 때문에 베이루트 소재 아메리칸 대학 총장직을 수락했던 그의 아버지는 결국 무장괴한에 의해 암살당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비극을 겪으면서 자신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노라고 커는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애리조나 대학 시절 팀이 NCAA 4강전에 오르자 커의 리더십에 칭찬이 이어진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팀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 파리에 갔을 때 프랑스어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프랑스 아가씨들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면 나를 찾았다.” 커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속에 리더론의 핵심이 잘 압축돼 있다.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걸 건네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라고 리더에게 권력과 자원을 쥐어주는 것이다.
스티브 커가 보여준 ▲창의적 아이디어 ▲스킨십을 통한 소통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은 좋은 리더십을 관통하고 있는 공통된 특질이라 할 수 있다. 커의 리더십을 정리하면서 전략과 소통은커녕 국민들 아픈 곳 어루만져 주고 가려운 곳 긁어 줄만한 최소한의 공감능력 조차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 리더십 현실이 자꾸 대비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여전히 젊은 주력 선수들과 커의 리더십이 시너지를 계속 키워간다면 워리어스의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컨퍼런스에 속해 있는 내 평생의 응원 팀 LA 클리퍼스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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