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9시경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에 소재한 AME 흑인교회에서 벌어진 유혈 참극은 특히 충격적이고 소름끼치는 비극이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21세의 백인 우월주의자는 8시경 그 교회의 성경공부와 기도회에 참석한다. 한시간쯤 귀를 기울이던 그 자는 갑자기 일어서서 흑인들은 다 죽어야 한다면서 총을 쏘아 그 교회 목사이자 주 상원이던 클라멘타 피크니(43)씨를 포함해서 3명의 남자들과 6명의 여신도들을 사살한다.

피살자들의 나이는 26세부터 87세라고 보도되었다. 한 여신도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줄 수 있도록 죽이지 않노라”고 침착(?)하게 말했다는 그 대량 살인범은 히틀러의 후예, 아니 악마의 자식이라는 지칭받아 마땅하다. 그의 소셜 미디어에 나와 있는 사진에서 그의 겉옷에 인종분리주의를 오랫동안 실천했던 남아공과 로디지아 국기가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는 백인우월주의와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찬 흉악범임에 틀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FBI는 대량 학살을 한번에 한 장소에서 네명 이상을 죽이는 행위라고 정의를 내린다. 오바마가 2009년 1월에 대통령으로 선서한 때부터 오늘날까지 28건의 대량 학살이 미국 각지에서 벌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고 오바마로 하여금 총기단속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총기소유에 대한 개혁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게 만든 것은 2012년 12월 코네티컷,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대여섯 살짜리 피살자들을 포함해 27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참사였다.

오바마와 일부 연방의원들의 개혁 노력이 말로만 끝나 버린 것은 연방헌법 수정 제 2조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압력 단체로 알려진 전국 소총연합회(NRA) 때문이다. 그 후에도 콜로라도, 오로라의 극장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해서 12명을 죽이고 수십명에게 중상을 입힌 피고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리고 2013년 9월에는 정신병력이 있는 제대 군인이 워싱턴DC의 해군 기지에서 11명을 죽이고 자신도 경찰 총에 사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연방헌법 수정 제2조(1791년)에는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는 제한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연방대법원이 그 권리를 민병대와 관계없는 개인들의 권리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심지어는 권총이나 자동소총의 구매를 한달에 한번으로 제한하는 주정부법이 위헌이라고 무효화되는 판국이다.

NRA가 자동소총 및 탄창 구입이나 소유를 규제하려는 연방의회나 주의회의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키는데 이골이 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은 NRA 공포증에 걸려 있다. 그리고 NRA에 동조하는 의원들에게는 선거 헌금이 후하게 뿌려진다.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유일하게 민간인들에 대한 거의 무제한의 총기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만약 이번 찰스턴의 비극 배후에 백인 우월주의자/타인종 증오론자들의 조직이 개입되어 있다면 그런 조직 구성원들의 중무장 상태는 ISIS의 테러리즘 위협에 못지않은 위협으로 대두될 것이다. 자동소총과 기관단총 등으로 무장하고 탄창이나 탄환이 넘쳐나는 일부 극우 단체들이 산간 지방에서 전투(?) 연습을 하고 있다는 때때로의 소식이 불길하게 들린다.

연방헌법 조항이나 수정 조항이 신성불가침이 아니라는 사실은 헌법 개정의 역사에서 볼 수 있다. 헌법에서 인간 이하로 규정했던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었고 그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남북전쟁 이후의 헌법 개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정권이 없었던 여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된 것도 1920년에 발효된 헌법 수정 제19조 때문이었다.

1919년에 발효되었던 수정 제18조도 금주의 나라가 되어 밀주로 치부하고 경쟁 세력을 대량 학살하던 갱들의 횡행 때문에 1933년에는 수정 제21조로 18조를 폐기한 역사도 있다. 수정헌법 제2조를 폐기하는 혁명적 헌법 개정이 있기 전에는 찰스턴의 비극이 되풀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