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업주들 ‘최저임금 인상’찬반 갈려]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지면서 소기업들이 인건비 인상 압박에 울상을 짓고 있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업체 인튜잇에 따르면 지난 5월, 20명 미만의 종업원을 거느린 25만개의 중소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시급은 대략 16.3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했다.
이에 비해 크고 작은 미국 전체 기업들이 지난달 비 간부직 평사원에게 지급한 평균 임금은 시간당 24.87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3%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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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소득 최하위권 5%에 속한 근로자들을 위해 일부 주 의회와 시 의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LA 시의회는 이미 지난 10일 현행 시간당 9달러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델라웨어어주의 최저임금도 6월1일을 기해 시간당 7.75달러에서 9달러로 올랐다.
타겟, 월마트 등 일부 대형업체들 역시 근로자 초임을 시간당 9달러로 상향 조정키로 했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도 자사 말단 종업원들의 초봉을 소속 지역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1달러 높게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밀워키에 거주하는 라이나 J. 존슨은 “미국의 그 어느 주에서도 최저임금으로는 렌트조차 낼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러시에 지지를 표명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둔 그녀는 지난 1월 스타벅스에 사표를 내던졌다. 그곳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8달러에도 못 미쳤다.
라이나는 “렌트비를 내기도 벅찬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수는 없다”며 “나 같은 경우 학비 융자금도 갚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잠잘 곳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녀는 프리랜스 작가 겸 블로거로 근근이 생활한다.
라이나는 최저임금을 생계를 꾸리는데 충분한 정도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 문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생계 임금제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현재 전체 직원들 중 시간당 8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는 종업원은 없다”고 밝혔으나 지난 1월 라이나의 시급이 얼마였는지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2007~2009년 리세션에 뒤이어 경제 회복기가 전개되면서 일손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글로벌 경제 공동수석 연구원인 에탄 해리스는 “이제 최저임금으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시점에 도달했다”며 “그동안 업체들이 기존 인력을 유지하고 이직을 막기 위해 동기부여를 하는 대신 경비절감에만 포커스를 맞춰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5월 미국의 일자리는 28만개가 늘어나면서 56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장기 연속 증가 기록에 해당한다.
월스트릿 저널(WSJ)과 비스티지 인터내셔널이 728개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서베이에서 전체 응답자의 49%가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는데 찬성한 반면 또 다른 49%는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응답자의 7%는 타겟, 월마트, TJX Cos. 등 대형 체인점의 임금인상 발표에 압박감을 느낀다고 시인했고 75%는 올해 5% 이내의 임금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저시급을 받는 종업원을 고용 중인 총 180개 소기업 업주들 중 142명이 올해 안에 임금을 1달러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반면 단 두 명만이 전 종업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베이에 따르면 종업원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근로자들로 채워진 업체가 전체의 15%였으며 ‘바닥임금’ 노동자들이 전 종업원 인력의 10% 미만인 소기업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업주들의 의견은 양분된 상태다.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로스터업체 팔로 커피의 창업주 딜런 에드워즈는 최저임금 인상 지지론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업소에서 커피 원두를 봉지에 담는 일을 하는 근로자의 초임은 12.75달러로 시간당 8.75달러인 뉴욕주 최저임금보다 많다며 그러나 생계비 수준이 이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주차원에서 두 자릿수의 임금 인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8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에드워즈는 만약 LA에서와 마찬가지로 뉴욕에서도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통과되면 기꺼이 응하겠다며 “이로 인해 내 업소는 물론 커뮤니티에도 반드시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기업의 다른 많은 업주들은 초임 등급의 신참 근로자들을 끌어들이고 기존 종업원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이미 해당 지역의 최저임금보다 높은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일부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그보다 위쪽 등급의 임금 역시 연쇄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카고 맞춤 케익 전문점의 공동 소유주인 베스 파헤이는 캐시어들에게 일리노이 최저임금보다 75센트 많은 시간당 9달러를 준다. 직원들을 타 업소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어임금’이다.
파헤이는 34명의 종업원을 둔 크리에이티브 케익스 외에 최근 자그마한 카페를 열었다. 이곳의 풀타임 직원에게는 유급 휴가를 주지만 저임금 종업원들에 대한 추가 임금인상은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파헤이의 설명이다.
데이터 입력이나 설거지를 하는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그보다 불과 몇 달러 더 받는 숙련된 직원들의 봉급도 올려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임금까지 인상해 주면 도넛 한 개에 3달러를 받아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그 가격에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인건비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부 업주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하고, 인력 배치에 변화를 주고 있다.
18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LA카운티 ‘로열 트럭 바디’의 창업주 겸 사장인 더들리 디 조니아는 차량 제조업의 일감 일부를 텍사스 지사로 이전함으로써 15달러로 인상될 LA시의 최저임금을 피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최저임금이 우리가 직면한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 트럭 바디는 소매상인을 위한 상업용 트럭 제조와 유틸리티 비즈니스를 병행하고 있다.
로열 트럭 바디의 말단 종업원들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지만 스태프의 80%가 15달러 미만의 시급을 받는다.
더들리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2020년 LA시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올라가면 전체 인건비가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각 지역별로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서부 지역에 기반을 둔 최대 경쟁사의 경우 근로자들에게 시간당 7.25달러를 지급하고 있다며 가주의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푸념했다.
인디애나주의 최저임금은 마지막으로 인상이 이루어졌던 지난 2009년 7월 이후 줄곧 시간당 7.25달러에 머물러 있다. 주 전체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0달러로 인상할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올해 주 의회에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현재 연간 25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킹 데이빗 도그스의 창업주 한나 조셉은 “적자를 간신히 면한 상황인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일단 한숨 돌린 셈”이라고 했다.
가계를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과외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그녀는 “미 전역의 식도락가들에게 그릴에 구운 최상품 핫도그를 제공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10개의 레스토랑을 세우는 것이 당초 목표였지만 일단 사업 확장계획을 접고 현재 운영 중인 2개의 식당으로 만족하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한나는 인건비 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는데다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식품점에 핫도그 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건 인력 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문제다.
그녀는 “우리의 재정적 여건상 인건비가 상승하면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상품가격이 오르면 매상이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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