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라디오 방송 초창기에 방송국 자체 뉴스 리포터도 없고 주요뉴스 서비스도 없던 그 시절, 필자의 출신지역 어느 지방방송국에서 뉴스 시간에 종종 듣던 얘기라고 독자 여러분은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오늘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지금 말이 아니게 사회전반이 위기수준으로 우습게 되어있는 한국 국내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필자는 경박하고 문제의식이 꼬여있고 사명감 없고 자질이 바닥 수준인 본국의 매스 미디어(서툴고 선동적인 인터넷 미디어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주요언론들을 포함)를 근본이유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진정 영향을 미칠 주요 뉴스가 없으면, 하찮은 말 같지 않은 얘기들을 뉴스로 보도해서 여론을 오도하고 사람들의 정신만 혼란하게 하지 말고, 차라리 뉴스대신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을 틀어주었던 옛날 지방방송국의 뉴스 편성이 사회에 이로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지난 연초 본국 대통령의 새해 연두기자회견을 시청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간낭비였다. 대통령의 얘기가 시간낭비가 아니라, 거기에서 질문한 기자들의 자질이 찌라시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수준이어서 기자회견의 내용이 보잘 것 없는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회견 전반의 발표는 여러 가지 경제정책 전환을 포함한 실질적 내용도 많았고 외교문제에도 방향제시가 있었는데, 기자들의 질문 순서가 되자마자 궁중드라마의 뒷얘기 같은 청와대 중간 관리자 세 명의 거취문제가 질문의 중심이 되어서 마치 삼류 대중소설의 가십수준으로 떨어지며 귀중한 시간이 다 가버린 것이다. 수십명 모인 기자들 중에서 경제정책의 이론과 실제에서의 괴리문제나 국민들의 민생문제에서의 근본적 얘기를 묻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고, 격동기의 동북아 외교에서 약한 나라로서의 어려움에 대한 대통령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주류언론에 일한다는 기자들의 수준이 이렇게 형편없었던 적은 우리 한국역사에 없었다. 초창기 한말 개화기의 기자들은 우국지사들이었다. 대중들로부터 존경과 믿음을 받던 이들이었다. 자유당 시절, 군부독재 시절을 겪으며 어둡고 어려웠던 사회에서 주류언론에서 활동한 신문기자들은 가난했지만 지식수준이 높고 비교적 윤리적이고 우리 모두의 믿음을 받던 이들이었다. 민주화가 되고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주류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은 일하는 환경에서나 경제적으로 살기가 좋아지긴 했지만 점차 시대적 사명의식이 없어지면서 그들 스스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 시대는 예전 어려운 자격검증을 거쳐야 기자가 되던 시절과는 다르다. 누구나 미디어 커넥션을 만들어 검증 안 된 저질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얘기를 올려 클릭 숫자로 인기정도를 가늠하는 우스운 미디어 세상에서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주류언론의 어려움은 알지만, 정말 이런 수준으로 주류언론들이 변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한 이들이 많다. 한국에서 나오는 주류언론들의 하향 평준화된 뉴스스토리를 보노라면 왜 연두기자회견에서 그들의 질문이 찌라시 수준이었는가 알게 된다.
사실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4.29 폭동 때 미 주요매스컴의 이중적이고 반한적인 보도로 피해를 입은 한인사회의 분노는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없어지질 않았다. 그중에서도 채널 7 ABC 방송에서 저지른 파행적인 보도는 필자가 두고두고 잊지 않고 주류 미디어의 편향적 보도의 예로 학회나 전문인들의 미팅에서 여러번 얘기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당시 폭도들의 한인 비즈니스 약탈 장면은 카메라에서 지우고 경찰력이 철수한 무법천지에서 개인화기로라도 자기의 삶의 터를 지키려는 한인상인들의 눈물겨운 자기방어를 ABC 방송은 “저렇게 절제 없이 총기를 쓴다”며 계속 화면에서 비판적으로 비추었었다. “세상에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없구나”를 절감하게 만들던 장면들이었다.
이런 미디어의 횡포가 개선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한국에서나 미주에서 보통사람들은 그저 민권차원이나 명예훼손에 의한 피해로 좋은 변호인을 써서 법정에서 싸우는 도리밖에는 당분간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세월에 다시금 “여러분, 9시 뉴스시간입니다. 오늘은 뉴스가 없습니다” 란 시절을 그리워한다. 정말 우리가 존경할 수 있는, 우리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아 꿋꿋이 정론이 존재하는 언론활동을 할 수 있는, 매스컴 종사자들이 전해주는 뉴스만 듣고 살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기다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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