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또 곤두박질을 하고 있다. 40%가 넘던 지지율이 30% 중반 이하로 급락했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를 압도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파문 결과다.
초동대처가 엉망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결단이 늦고 대처도 늑장이다. 그 사이 대통령은 딴청이나 하고…. 세월호 참사 때가 그랬다. 메르스 파문도 마찬가지다. 무능한 정부가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 그리고 그 잇단 실기는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다. 정말이지 사소하다면 사소한 실수다. 1차 검진 의사의 진단은 정확했다. 그 진단대로 방역당국이 바로 추적해 차단했으면 끝 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우왕좌왕하는 사이 급박한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는 그러나 냉정히 보면 여전히 일과성의 재난이 아닐까. 이제라도 병원과 방역 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해 대응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재난이어서 하는 말이다.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 계속 실기를 한다. 방역대책이 아니다. 중차대한 국가안보가 걸려 있다. 그런 외교문제다. 그 경우는 과연 어떤 결과가 올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날로 공격적이고 독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특히 더 그렇다. 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바뀌어야 하는가. 그 대논쟁이 워싱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의 국내정책, 그 정책의 성공여부에 따라 동아시아의 진로는 평화 아니면 전쟁으로 갈라질 수 있다’-.
시진핑의 정책은 그러면 과연 성공할까. 대체적인 컨센서스는 비관 쪽이다. 그 대표적 논객의 하나가 티모티 가튼이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강화한다. 그래서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경제를 하나로 묶으려 든다. 그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시진핑의 경제정책으로, 그 정책의 성공 가능성에 상당히 회의적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내재적으로 모순투성이의 체제가 중국 공산당이라는 권위주의 체제다. 그 모순이 누적돼 시스템상의 위기를 맞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까. 이웃을 향해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의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관련해 새삼 주목되는 것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자세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유리한 고지 점령을 하기 위해 제멋대로 인공 섬을 만든다. 그리고 군사화를 꾀한다. 그런 중국이 미 해군의 초계기가 날라들자 오히려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그 중국이 시스템상의 문제로 진짜 위기를 맞는다. 그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장 미국과의 충돌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굳어지고 있는 워싱턴의 시각이다.
그래서인가. 남중국해상에서의 영유권 분쟁을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은 전례 없이 강경하다. 중국을 미국주도의 국제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으로 간주, 해군과 공군의 정찰을 강화하는 등 군사적 긴장고조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미묘한 시기다. 그 타이밍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이루어져서다. 미국과 일본은 새로운 동북아 전략 마련과 함께 밀월시대를 맞고 있다. 중국견제와 함께 미일동맹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그 정황에서 워싱턴 일각에서 새삼 들려오는 소리는 ‘한국 피로증세’다. 핵무장한 북한 정권에는 대해서는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과거역사에만 매몰돼 우방인 일본과의 대화는 한사코 거부한다. 워싱턴의 입장에서 그 한국이 꽤나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 해 한국은 결국 중국 쪽으로 붙을 것이라는 ‘한-중 유착론’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안보회의에서 한국이 취한 입장은 그 같은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 호주 등 우방국들은 인공 섬을 조성하는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을 의식, 평화해결이란 원론적 수사에 머문 것이다.
뭐랄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북한의 핵위협에만 대응하는 반쪽짜리 동맹임을 스스로 내보인 것은 아닐까.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발언이다. 이 역시 반쪽 동맹 역할에만 머무르려는 한국에 대한 질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무엇이 가져온 결과인가. 지나치게 친중(親中)일변도로 나갔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관계회복의 타이밍을 놓쳤다. 그것도 번번이. 그리고 미국의 중재에도 노력에도 불구,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식의 등거리 외교만 고집했다. 그 결과로 반쪽짜리 동맹으로 추락할 위기를 자초한 것은 아닐까.
한국이 맞은 위기는 메르스 파문이 아니다. 외교 위기가 진짜 위기다. 중차대한 국가안보가 걸린 외교, 그 외교의 실패는 국가적 재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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