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초계기가 잇달아 날아든다. 중국 측은 즉시 떠나라는 경고를 계속 보낸다. 그러자 미 국방부는 경고 공방을 담은 녹음기록과 중국의 인공 섬 건설현황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뿐이 아니다. 국무부의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 섬 주변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미 초계기나 해군함정이 중국 측 인공 섬 ‘12해리 이내’까지도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남중국해 스플래틀리(난사)군도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호초와 바위뿐인 이 군도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필리핀 등이 제각기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중국은 이 군도에 인접한 피어리크로스에 활주로와 정박시설을 갖춘 인공 섬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겠다는 노골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 중국에 미국이 정면 도전하고 나서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사태는 치닫고 있는 것이다.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공공연하게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도전하고 있다’- LA타임스의 지적이다. 무엇이 미국을 이 같은 강경드라이브로 몰아가고 있는 것인가.
마치 쓰나미라도 덮친 것 같다. ‘미국의 중국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그 주장이 일종의 공명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반(反)중국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은 국제질서에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중국은 워싱턴을 잃었다’- 뉴스위크의 지적이다. ‘중국을 응징해야 된다’- 블루버그 통신의 주장이다.
언론뿐이 아니다. 학계, 정부 내 정책결정자들, 정치권, 그리고 군 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반중국정서로 중국응징 담론은 어느덧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삼 주목을 끓고 있는 것이 중국붕괴론이다. “중국공산당의 엔드 게임(end game)은 이미 시작됐다.” 조지 워싱턴대학의 중국전문가 데이비드 샴바우가 지난 3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내용이다.
본래는 중국 예찬론자였다. 그런 샴바우가 시진핑 치하의 중국공산당 진로에 실망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중국붕괴론이다.
샴바우뿐이 아니다. 엄청난 빈부격차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문제, 만연한 부정부패, 살인적인 환경오염 등 중국이 맞고 있는 온갖 부조리상황과 관련해 중국붕괴론은 새삼 하나의 유행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완력으로 이웃의 작은 나라를 위협하는 깡패나라다. 그런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이다.
권위주의 형 체제는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 아니, 그 보다도 권위주의 형 체제는 팽창주의 세력이다. 그런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중국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삼 대두되고 있는 것이 ‘중국 응징론’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중국은 21세기의 또 다른 소련’이다. 그 중국의 지속적인 세력 확장을 방치할 경우 아시아는 중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이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고 나설 때란 주장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인가. 중국에 대한 환상, 미몽(迷夢)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란 것이 그 한 가지 설명이 되지 않을까.
‘경제발전은 중산층 대두와 함께 정치개혁으로 이어지고 민주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성숙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닉슨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8대에 걸친 역대 미행정부가 지녀온 생각이었다.
미국의 포용정책과 맞물린 개혁개방 30년. 그 동안 중국은 엄청난 부를 일구었다. 그리고 방대한 중산층이 생겨났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전개됐다.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 권위주의 형 체제로 더욱 굳어진 것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도산을 기점으로 중국은 ‘평화굴기’의 가면마저 벗었다. 미국시대는 끝났다는 나름의 진단과 함께. 그리고 북경당국은 중국 인민은 물론, 주변 국가들, 심지어 미국을 향해서도 그 진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잔득 찌푸린 오만한 표정의 그 얼굴 말이다.
그러기를 7년 째. 이제는 중국 견제론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우파 일각에서지만 ‘점진적 레짐 체인지’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민주화 세력을 지원해 중국의 민주화를 유도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무엇을 말하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일종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중국해상에서의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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