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류 당선. LA시 첫 한인 시의원 탄생.’ 기다렸지만 예상하지는 못했던 소식이어서 더 반갑고 기쁘다. 신문 1면에 박힌 큰 활자만큼이나 우리들의 마음이 갑자기 커진 느낌이다.
이번 LA시 제 4지구 시의원 선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곧잘 비유되곤 했다.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열세였다. 선거를 치러 낼 자금과 인력이라는 객관적인 상황이 열세였던 것은 물론 배후 정치력이 매우 미약하고 취약한 한인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 흡사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많이 닮아 있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기독교인을 포함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양치기 목동에 불과한 소년 다윗이 돌팔매 하나로 당대 최강 군대의 정예 장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승리의 기쁨을 주었고, 이 승리는 후에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하는 최초의 왕이 되는 디딤돌이 되었다.
우리는 골리앗과의 싸움과 승리, 그리고 통일 왕국의 건설이라는 다윗의 삶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적 의미는 논외로 하더라도 다윗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믿었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싸움에 임했다는 것, 그리고 왕이 된 후에도 하나님과 언약을 지키는 삶을 살았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데이빗 류 당선자는 출마할 당시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의 이런 신념은 자신이 겪어 온 삶의 굴곡에서 얻은 것이라 여겨진다. 없는 것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는 그런 삶에서 류 당선자는 싸움의 방식을 알고 있었다. 즉 돈으로 하는 선거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는 선거로 싸움의 방식을 바꾼 것이다.
데이빗 류 당선자는 선거 공약으로 투명한 정치, 세금 사용과 예산 감시, 친 비즈니스 정책,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런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 세우는 데 그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어쩌면 이 공약들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즉 이전과는 다른 깨끗한 정치와 정책으로 유권자 주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진정성이 다윗의 돌팔매가 되어 대다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리라. 거기에 한인들의 귀중한 표들이 더해짐으로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데이빗 류 당선자는 LA시 제4지구 시의원이다. 100년 넘은 한인 이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승리이다. 더구나 LA 시의원은 주민 생활에 직접 관련된 여러 시정들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이런 자리에 한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역구에 거주하는 한인뿐만 아니라 남가주 한인 전체 사회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인 모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한인들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권리도 있지만, 류 당선자를 지켜 주어야 할 의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류 당선자는 우리 한인의 시의원일 뿐만 아니라 지역구를 대표하는 시의원이다. 한인들과 한인타운을 위한 시정과 정책을 기대하는 동시에 제 4지구 전체 주민과 LA시 전체 주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켜 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다.
후원과 지지를 명목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요구함으로써 데이빗 류 당선자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한인과 한인사회의 요구를 먼저 들어들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류 당선자가 개발업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공약했던 것을 한인들이 지켜주어야 한다. 이것은 다윗이 자기 하나님과 언약한 것을 왕이 되고 난 후에도 삶으로 지켜낸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의 말처럼 이제 류 당선자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 한인들과 한인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데이빗 류 당선이 한인 사회의 정치적 참여와 정치력 신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치력 신장의 기본은 참여이다. 예비선거와 본 선거를 통해서 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한인 시의원을 만들어 내는 정치 잠재력을 보여 준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이제부터 시간을 내어서 주민회의에 참여해 보자. 부당한 시정과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도 참여해 보자. 한인타운 선거구재조정과 같이 한인 단체들이 커뮤니티를 위해 주최하는 캠페인에도 참여해 보자. 직접 참여가 어려우면 십시일반 금전적으로 기부에 참여해 보자. 그리고 투표로 말해 보자. 링컨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던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라고.
다시 한 번 한인 대표 데이빗 류의 당선을 축하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한 류 당선자에게서 다윗의 교훈을 생각해 본다. 이길 수 있다는 신념과 언약을 지키며 살아간 삶. 이것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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