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고사 기관총. 생경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총기 이름이 꽤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이 총기로 처형된 것으로 보도되면서다.
4신 고사 기관총은 1949년 소련이 개발한 블라디미로프 대구경 기관총(KPV)을 4개로 묶은 것이다. 이 기관총에 사용되는 14.5mm탄은 대 전차용으로 개발됐다. 30m 정도 거리에서 인체를 타깃으로 이 총탄을 집중발사하면 어떻게 되나. 아예 형체가 없어진다고 한다.
이 4신 기관총이 또 다시 뉴스를 타고 있다. 인민무력부장이니까 북한군부의 2인자다. 지난달에는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런 현영철이 반역죄로 전격 체포되고 수 백 명 간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됐다는 보도와 함께.
반역자는 총살형에 처한다. 그게 북한이다. 그렇지만 이 느닷없어 보이는 현영철 처형 소식은 그런 북한의 관행에 꽤 익숙한 북한 전문가들에게도 쇼킹한 뉴스로 전해진다.
체포되자 바로 처형됐다는 것이 우선 그렇다. 그리고 그 처형방식이다. 고사총을 발사해 온 살이 뜯겨나가다 시피 했다. 그도 모자라 화염방사기로 남은 시신을 불태워 없애 버렸다는 거다. 그것도 가족을 강제로 참관시킨 자리에서.
왜 그토록 잔인하게 처형을 하는 것인가.
전체주의체제는 공포를 기반으로 한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공포감을 깊이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질문은 계속 된다. 왜 하필 고사총인가.
“김정은 체제의 최대 위험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가 아니다. 민중봉기도 아니다. 김정은과 파워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다. 그 북한의 엘리트 그룹이다. 그 이너서클을 최대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정은은 때문에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확실히 알려줄 것이 있다. 누가 수령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막스 피셔의 진단이다.
‘고사총으로 처형하고 화염방사기로 불태워 없앤다-. 올해 들어서만 15명의 고위간부가 처형됐다고 한다. 지난 3년 여 동안에는 장성택을 포함해 72명이 처형됐다. 김정은 시대들어 부쩍 는 고위간부 처형. 그 처형방식으로 고착화 된 게 이 고사총 처형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출신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고위층 처형에 있어김정은은 상당히 호전적이고 더 잔인하다. 권력세습을 도왔다. 그 원로그룹, 고위공직자들에게서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미숙함에 대한 경멸과 모독이 담긴 표정이다.”김정일 시대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김정일 집권이후 계속되는 고위층 숙청과 처형, 이는 바로 이런 콤플렉스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으로 수령의 영도 거부에, 최고 존엄 모독의 죄를 적용한 현영철 처형도 다름에서가 아니라는 거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북한 전문가들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후계자로서 2년, 집권 3년. 5년에 이르도록 소년 독재자 김정은의 권위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고위층은 물론이고 중간 관리 층도 김정은 리더십에 회의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말하자면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순종하고 뒤로는 딴 마음을 품는 것)현상이 북한의 전 권력 내에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김일성-정일 시대에는 숙청된 간부들도 딴 마음을 먹지 않았다. 참고 기다리면 복권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멘클라투라(공산귀족)들에게 있어 김정일 체제는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는 그런 체제였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아니다.” 영국의 북한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카터의 말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장성택도 처형되는 판이다. 측근이라고 안전한 게 아니다. 불안감을 느끼기는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외국은 고사하고 평양 시 밖을 나가기도 꺼려한다.
집권이후 이후 김정은의 이른바 현지지도 횟수는 593회에 이른다.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은 334회의 평양이고 체제반감이 심한 함경북도는 발도 드려놓지 않았다. 왜. 암살기도, 쿠데타를 우려해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고위간부에게 관대한 정책을 베풀었다. 인민에게는 압제만 있을 뿐이었지만. 그 전략은 먹혔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던 때 김씨왕조는 생존에 성공했다. 군(軍)과 당(黨), 그리고 정(政)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간부들이 충성을 바쳤기 때문이다.” 란코프의 지적이다.
김정은은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간부들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 그 공포정치의 결말은 그러면 어떻게 나타날까. 숙청은 죽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과거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국가기밀을 가지고 망명을 하는 거다. 다른 하나는 암살 내지 쿠데타를 기도하는 것이다.
마치 사이코패스의 행태 같은 김정은의 극단의 공포정치. 이는 예기치 않은 급변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날은 언제 올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