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 침공 6개월 만에, 그러니까 1941년 6월에서 12월 기간에 260여만의 소련군이 전사했다. 포로가 된 소련군은 335여만. 이들 대부분은 가축처럼 끌려가다가 말 그대로 소멸됐다. 강제로 끌려간 민간인은 700여만. 그들 대부분도 독일에서 노예노동을 하다가 죽어갔다.
1942년 1월 포위된 레닌그라드에서는 하루 평균 4000~5000여 명이 죽어나갔다. 사람들은 벽지를 끓여 붙어 있는 풀을, 심지어는 인육(人肉)을 먹으며 연명했다. 굶주려 죽은 희생자만 100여 만에 이른다.
사람이, 그것도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전쟁은 성격상 가혹하기 마련이다. 동부전선은 그렇지만 지옥으로밖에 달리 표현 할 길이 없었다.
모스크바와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섭씨 영하 30도의 혹한 가운데 치러졌다.
한 부대 전체가 통째로 얼어 죽는 사태는 예사로, 이 두 곳에서의 전투에서만 100만 명 정도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혹한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수한 탈영이 이루어졌다. 소련의 비밀경찰, NKVD는 그들을 일일이 추적, 1만3500여명을 즉결 처분했다.
미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할 때 서부전선을 지키고 있던 독일군은 58개 사단이었다. 동부전선에 배치된 독일군은 228개 사단으로 독일군 전사자 520만여명 중 470여만은 동부전선에서 소련군과 싸우다 발생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소련군 전사자는 900만명 선에 이른다. 민간인 사망자 수는2500여 만으로 집계된다. 이에 비하면 각각 40여만으로 집계되는 미국과 영국의 전사자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대의 피해를 입었다. 베를린 진공에만 30만이 전사할 정도로. 그 같은 희생을 통해 동시에 최대의 공적을 세웠다.
때문에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역사적 자부심은 대단하다.
2005년 5월9일. 대조국전쟁 승리, 다시 말해 러시아의 2차 대전 승리 60주년은 대대적으로 치러졌다. 조지 W 부시를 비롯해 과거 소련과 동맹국으로 함께 싸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맹방과 세계 53개 국가 지도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올해는 70주년이 되는 해다. 그 기념행사는 그러나 반쪽짜리 행사, 더 심하게 말하면 국제적 소극(笑劇), 하나의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인가.
전체 국민의 10분의 1이상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2차대전 동부전선에서의 승리는 러시아 국민의 위대한 저력의 발로로 해석됐었다.
그 시각이 달라졌다.
잔인성이 제도화된 사회. 인명손실에 대한 가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도자. 그게 히틀러의 나치독일이고, 스탈린의 소련이다. 어느 쪽이 잔인성과 폭력이더 잘 제도화됐는가의 경쟁이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고 그 전쟁에서 소련이 연합군의 도움을 받아 이겼다는 해석이 최근들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치나 스탈린식 공산체제나 극악한 전체주의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러시아의 2차대전 승리를 바라보는 서방의 시각은냉전시대로 회귀되는 양상을 보여 온것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응징과 함께 일찍부터 2차대전 승리 70주년 모스크바 기념행사참석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기서 착안 된 게 ‘푸틴에 의한, 푸틴을 위한 기념행사’계획이다.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를 동시에 초청, 남북한 화해 중재자로서 푸틴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고민과 주저 끝에 한국정부는 대통령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은 흥행카드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었다.
그나마 불발로 끝났다. 김정은은 ‘불참의 무례’를 범함으로써 푸틴에게 허탈감만 안겼다. 그렇잖아도 웃음거리였던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행사는 김정은의 변덕으로 국제 코미디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새삼 드러나 보이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정치권 상당수가 보이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국제관이다. 그들의 권고대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결정했더라면 그 모양새가 어떻게 비쳤을까.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는 없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김정은은 러시아행을 포기했나. 해석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북한 내부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크렘린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권력승계 4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김정은이 만난 유일한 외국인 VIP는 왕년의 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이다. 그리고 전해져 오는 소식은 계속해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들 뿐이다. 대공포로 사람을 쏴 죽인다, 고급간부들을 잇달아 처형하고 있다 등등.
무엇을 말하나. 극도의 잔인성이 제도화된 사회. 인명을 파리 목숨 정도로 아는 수령. 그게 김정은 체제의 북한으로이런 사회에서는 극단적인 사태가 언제라도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북의 내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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