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전문분야란 게 있고, 그 전문분야에서 공부한 전문인들이 있다. 전문분야에 관한 한은 전문인들이 다른 이들보다 많이 알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높이 살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숙명적으로 등에 지고 태어난 남북문제에서도,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높이 살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좀 문제가 있다.
남북문제 자체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문제가 되는 슬픈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는 우리 ‘비전문’ 보통사람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보자.
동네 깡패에게 습관적으로 얻어맞고 살면서, 주머니의 용돈 바치고 비굴하게 굴어야 겨우 골목길 걸어 나와서 동네 도서관에라도 갈 수 있는 학생이 있다. 기회가 되어서 ‘화해’하라는 동네어른들의 충고가 있어서 깡패와 비겁한 학생이 악수하고 “앞으론 잘 지내자”고 했다고 치자. 이 골목에 정말 평화가 왔는가? 이런 거짓평화라도 바라면서, 목마름으로 하는 기대와 실망에 지친 과거를 한국인으로 태어난 보통사람들은 지금까지 수없이 보아왔다.
필자는 본국의 남북문제 전문가들 중에서 (그 무능한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은 여기에서 아주 빼기로 하자) ‘남북화해’를 외치고 거기서 한술 더 떠서 ‘남북정상회담’을 권하는 전문가들을, 위에서 예로 든 한심하고 답답한 동네어른들로 결론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평화론자들이 많다. 종북(이북정권에 우호적이면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는 외면하는 세력)도 문제이지만, 우파라고 국민들이믿고 있는 이들 중에도 충정어린 우파들은 별로 없다.
이념을 따지지 않고 잘 살아보려는 보통사람들에겐, 현직 대통령인 ‘정치인 박근혜’도 진정 우파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처음엔 물론이고 지금도, 독재를 했던 아버지의 딸이니 당연히 우파라고 짐작을 했던 보통사람들은, 보편적 복지를 약속하고 남북문제를 접근하는 모양새와 그의 경제정책들을 보면서 그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우파라고 믿기 힘들다.
얘기의 초점이 조금 흐려졌지만, 본국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하는 이들의 정신상태를 필자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같은 국제적 흐름에서, 유엔에서 김정은을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가 정식으로 거론되는 이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가 그와 대좌해 앉아서 궁지에 몰린 그의 국제적 위상을 올려주고, 거기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권과 하는 ‘평화’의 얘기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교과서에나 쓸 수 있지, 지금까지 수 십년 들어온 허황된 이론으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양비론’과 ‘남북화해’ 이론에 비전문 보통사람들은 “이제 우리는 당신들의 얘기를 그만 들으려 한다” 고 외치고 싶다. 신선하고, 좀 더 다른, 분단현실 타개에 진정 도움이 되는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지 않으면 그들의 주장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단정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참을 만큼 참았다.
남북문제에는 문외한인 필자이니까, 보통사람들의 “우리 좀 평화롭게 잘 살아보자”는 현실생활의 눈으로, 바깥에서 보고 느끼는 대로 얘기드릴 뿐이다. 훌륭한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북한의 현 정권을 인정하고 가는 게 나을지, 썩어가는 집은 썩도록 버려두는 게 나중 통일과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인지 분석한 결과를 듣고 싶은 것이다.
필자가 15년 전 미국 학회의 몇 교수들과 북경대학과 상해 후단대학에서 중국전국에서 뽑혀온 젊은 교수들에게 연구방법론 강의를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혹시 북경대와 후단대 교수들 중에서 북한에서 온 경제 경영방면 교수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물었었다. 그래도 북한에 가장 가까운 곳 아닌가. 단 한명의 교수도 없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시 조금은 후진적인 중국 학계에서 보아도, 북한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연구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우리도 남북문제에서 이제 공허한 미련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