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 미국 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의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의 죽음이었다. 하이텍 분야의 성공적 기업가였던 그가 47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돈과 명예, 사랑 … 어느 하나 부족할 게 없던 부부에게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닥쳤다.
부부는 멕시코의 한 휴양지에서 가족휴가 중이었다고 한다. 도착 다음날인지난 1일 골드버그는 혼자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트레드밀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곁에 아무도 없어서 쓰러진 채 장시간 방치된 것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이들 부부의 삶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는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부부간 평등이었다. 샌드버그와 골드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평등부부의 모델이었다. 여론조사 기업인 서베이몽키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경영능력 뛰어나고 사람 좋은 데다 양성평등 의식이 확고하기로 유명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불릴 정도였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은 그는 그 믿음을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실천했다. 그 증거가 바로 아내이다.
남성 독무대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인 샌드버그가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데는 남편의 전폭적 지원과 공평한 가사분담이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 지난 2013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린 인’에서 샌드버그는 책을 부모와 남편에게 헌정하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부부 평등의 열쇠는 남편이 쥐고 있는 것이 아직까지는 현실이다.
21세기에 아직도 남녀평등을 문제 삼느냐고 말할 사람들이 있다. 능력만 있으면 여성이라고 못할 일은 없다. 남성에 비해 불리할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 제안이 있어도 직장이 타주에 있고 배우자가 이사를 원하지 않으면 ‘아내’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중요한 계약 건이 있어도 아이가 아프고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엄마’는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내’ 특히 ‘엄마’가 사회적 성공을 거두려면 능력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가사와 육아를 기꺼이 ‘내 일’로 여기며 분담하는 남편이 있을 때 비로소 성공가능성은 열린다.
골드버그와 샌드버그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았다고 한다. 부부는 매일 저녁 5시30분이면 퇴근해 아이들과 식사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일을 했고, 아내가 출장을 갈 때면 남편은 미리 스케줄을 조정해 아이들을 돌보았다.
샌드버그가 여자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커리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결정은 누구와 결혼하느냐 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의 체험을 담은 ‘간증’이다. 구체적으로 “책임 분담을 중시하는 남자, 동등한 파트너를 원하는 남자, 여성이 똑똑하고 자기의견이 분명하며 야심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남자, 공평함을 중시해서 집안일을 나서서 같이 하는 남자”이다.
물론 그런 남자는 많지 않다. 머리로는 평등을 믿어도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집안일은 여자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데다 설거지 하나라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돈 많은 샌드버그 부부는 보모며 가정부를 고용해 일을 덜었겠지만 일반 가정에서 부부가 맞벌이 하며 아이들 키우는 것은 보통 고된일이 아니다. 30대 중반의 한인여성은 ‘아침마다 전쟁’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둘 깨워 씻기고 옷 입히고 아침먹이고, 가방 챙겨 학교 보내려면 말 그대로 전쟁이에요. 그나마 남편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어서 숨을 돌리지요. 그때부터 다시 서둘러 출근 준비하고 나와야 겨우 지각을 면하니 매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에요.”
그리고 퇴근하면 싱크대에 가득 쌓인 아침 설거지, 저녁준비, 아이들 숙제 검사, 아이들 씻겨 재우기 … 일은 끝도 없는데, 남편은 툭하면 회식이라며 늦게 들어온다고 그는 말한다. “똑같이 직장일 하는데 … 너무 불공평하다”는 불만은 배우자 부정 다음으로 부부 관계를 해치는 요소가 된다고 한다. 자잘한 문제들이 수시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머니날에 남편들은 ‘엄마’인 아내를 한번 바라보기 바란다. 결혼 전 그 똑똑하고 장래 촉망되던 여성은 지금 어떻게 변해 있는가. 아내가 성공적 ‘엄마’이자 성공적 ‘직장인’으로 두 개의 열매를 거머쥘 열쇠는 남편이 쥐고 있다. 공평한 가사분담이 시작이다. 여성은 남편을 잘 만나야 성공할 수 있다면, 왜 그런 남편이 돼주지 않는가.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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