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교도였나. 아니면 극렬 회교원리주의였나’-.
더 나은 삶과 행복을 갈망했다. 그런 공통된 꿈을 가지고 한 배에 몸을 실었다. 그런 그들이 리비아 해안을 떠난 날은 2015년 4월14일이다. 105명에 이르는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회교도였다. 기독교인은 그중 15명에 불과했다.
항해도중 다툼이 벌어졌다. 기독교인들이 성경구절을 읊었다는 이유로. 결국 12명의 기독교인들은 바다에 던져졌다. 3명만이 가까스로 살아남고.
같은 꿈을 가지고 유럽행 밀항선에 함께 탄 동료 승객을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바다에 던진 그들. 그들은 평범한 회교도였나. 아니면 극렬 회교원리주의였나. 같은 질문이 계속해 머릿속을 맴돈다.
2011년의 한 시점이다. 그러니까 중동 국가들이 ‘아랍의 봄’과 함께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을 때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쪽의 람페두사 섬. 튀니지 해안으로부터 70마일 정도 떨어진 이 곳에 수 천 명의 튀니지 인들이 몰려들었다.
A.D.700년 사라센 해적들이 시칠리아 공략에 앞서 교두보 확보를 위해 기습을 가해온 그 항로를 따라 튀니지의 불법 난민들은 바다건너 침투를 해온 것이다.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불법 이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아랍세계가 내전상황을 맞고 있다. 화염은 계속 번지면서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란을 피해 시리아에서, 예멘에서, 소말리아에서, 또 이라크에서 난민들은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 등 지중해 남안에 몰려든 난민 수만 100만이 넘는다는 게 당국자들의 추산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응시하고 있는 곳은 바다 건너 유럽이다. 보다 나은 삶,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성채와 같은 곳. 그 유럽행을 이들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난민으로 유럽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지난해에만 무려 62만6000여건의 난민 망명이 신청됐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받아들여진 사람은 반도 채 안 된다. 그리고 그나마 번거롭고 지겨운 ‘레드 테이프’(red tape)과정을 거쳐서다.
현지사정은 급박하다. 지옥을 방불케 한다. 때문에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 지중해를 건너 풍요의 땅을 찾아가는 것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동지중해가 난민들의 주 이동경로였다. 유럽불법 이민의 51%가 그리스 루트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스가 국경통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리비아-이탈리아를 축으로 하는 중앙 지중해가 불법 이민의 주 통로가 됐다. 이 루트를 따라 2013년에만 4만 건의 불법월경이 이루어졌다. 이는 전해에 비해 무려 네 배나 는 수치다.
이와 함께 지중해는 ‘난민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밀입국하려다가 죽은 사람은 3,27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그 수치가 더 늘어 2000년부터 계산해 올 말까지 희생자 수는 3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중 최악의 사고는 지난 19일의 난민선 전복사고다. 최소 800여명, 최대 950명 사망으로 추정되는 이 사고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지중해상 참사로, 마침내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기에 이른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중해를 통한 본격적인 불법이민의 최적기는 날씨가 풀리는 5월에서 9월까지의 기간이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보다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란 전제하에 일부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유럽으로, 유럽으로 밀려들고 있는 난민행렬. 이로 인해 벌써부터 유럽국가들, 특히 지중해연안의 국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그 난민의 행렬은 앞으로 더욱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전란에 휩싸인 아랍국가들 만이 아니다. 독재자의 폭정에, 빈곤에, 무너진 환경문제로 또 내란으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국가들도 동요하고 있다. 게다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지역의 인구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머지않아 인도도, 중국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지역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예견되는 게 인구의 대이동이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또 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대대적인인 난민의 물결. 노쇠한 유럽은 이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회교도인가, 아니면 극렬 회교원리주의자인가’-. 그 질문이 다시 되뇌어진다.
작다면 작은 사건이다. 그렇지만 한 배를 탄 소수의 기독교인들을 바다에 수장시킨 그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난민의 물결, 이와 함께 뭔가 유럽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