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쥐고 싶은 마음, 더 많이 움켜쥐고 싶은 욕심. 돈, 명예, 권력 혹은 사랑 - 손에 넣고 싶은 것은 제한되어 있는데 우리의 탐심은 너무도 크니 불화가 그칠 날이 없다. 지금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돈 리스트’ 스캔들도, 선체와 더불어 1년 넘게 ‘진실’이 인양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비극도 근원을 짚어보면 같다. 저마다의 탐욕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부패와 불의의 뿌리가 깊고도 넓은 사회에서 무슨 일인들 못 일어나겠는가.
이번 주 미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칭찬을 받은 사람이 있다. 움켜쥐는 대신 손을 펼쳐 내어놓음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킨 청년이다. 시애틀에서 크레딧카드 결제회사를 운영하는 댄 프라이스라는 31살의 사장은 며칠 전 120명 직원들을 모아놓고 깜짝 발표를 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직원 연봉을 최저 7만 달러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 직원들의 박수가 터지고, 미디어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미전국의 트위터들은 그에 대한 칭찬으로 폭발했다.
직원 봉급인상을 위해 젊은 사장은 먼저 자신의 봉급을 깎았다. 연 100만 달러이던 것을 7만 달러로 93% 삭감했다. 그리고 당분간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직원봉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프라이스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지난 2010년의 프린스턴 대학 연구가 영향을 미쳤다. 연 소득 7만~7만5,000달러까지는 소득과 행복이 비례해서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행복감이 현격하게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또래 친구들의 푸념도 그의 결정을 도왔다. 연 4만 달러를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 돈으로 비싼 렌트비 내며 살려면 얼마나 빠듯한지 …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회사 직원들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았다.
그는 생각했다. 무겁게 짓누르는 생계부담을 덜어준다면 행복해진 직원들은 더 열심히 더 창의적으로 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봉급인상은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아울러 CEO가 일반 직원에 비해 300배나 많은 봉급을 받는 소득불평등과 관련해 그는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움켜쥐는 대신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생명체로서 살아남기 위해 ‘소유하려는’ 경향.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다. 다음은 사회적 동물로서 ‘존재하려는’ 경향. 남들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해 나누고 희생하려는 경향이 또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유’가 너무 강조되면서 ‘존재’가 뒷전으로 밀렸다. 돈이나 명예, 권력 등 소유물에 집착하다 보니 주체이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끌려 다니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반화했다. 흔한 예는 주택 모기지 내느라 아침부터 밤중까지 일만 하고 집에서는 겨우 잠이나 자는 우리들의 피곤한 모습이다.
‘소유’의 덫에서 벗어나 ‘존재’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삶의 고수들이 있다. 지난달 1일 퇴임한 호세 무히카(79)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했다.
젊은 시절 좌익 무장게릴라로 활동하며 총 13년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들을 하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자유의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소유’의 노예로 살기에 삶은 너무도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깨달음을 그대로 실천했다.
지난 2010년 대통령 취임 첫해 그가 공개한 재산은 1,800달러였다. 그의 유일한 재산인 1987년 형 폭스바겐 자동차 값이다. 이 차를 그는 지금껏 타고 있다. 부인 소유의 허름한 농가에서 화초를 재배하며 살아온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대통령 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매달 받은 월급 1만2,000달러 중 90%를 기부하며 검소한 생활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돈이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싼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느라 일에 매여 살면서 항상 더 많이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괴테가 ‘재산’이라는 시에서 말한다.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의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막힘없는 생각과/ 인자한 운명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나로 하여금 누리게 해주는/ 모든 호의적인 순간들만이 나의 차지이다”
삶은 ‘물건’이 아닌 ‘경험’, 경험만이 나의 것이다. 움켜쥔 손을 펴보자. 자유라는 선물이 주어질 것이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존재 자체로 당당한 삶, 고수들이 보여주는 삶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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