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 한 여당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인양 반대의견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정치인은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다칩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세월호 인양을 둘러싼 의견이야 얼마든 갈릴 수 있는 것이니 단순히 반대했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반대의견에 덧붙인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는 글귀였다. 유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잔인하고 무책임한 표현이라는 비난이 잇달았다. 이런 발언은 공감능력이 결여된 정치세력의 민낯을 드러내 주는 무수한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세월호가 어린 생명들과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또 다시 따뜻한 봄이 돌아왔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진실을 간직한 채 말없이 잠들어 있다.
그 사이 땅 위에서는 세월호를 하루라도 빨리 지워버리려는 집요하고도 교묘한 작업들이 지속돼 왔다. 유가족들의 요구와 외침은 왜곡되고 정치적으로 불순하게 채색됐다. 그 가운데도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프레임화 하려는 기도는 교묘함의 극치다.
사고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신속하게 피해자들 보상하고 현장을 치우면 되는 일이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한국정부가 뜬금없이 배·보상액을 발표하고 나선 데서도 이런 의도가 읽혀진다. 총체적 진실은 아직 흐릿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작업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은 물론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무능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유가족들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그러더니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16일 남미 순방길에 오른다고 발표했다. 가기 전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꼭 이날 외국으로 나가야만 하는 것인지 상식적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못해 세월호 애도 시늉만 하려는 것이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점은 ‘안전 불감증’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집권세력의 ‘공감능력 결여’다. “세월호는 단순 교통사고일 뿐”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집권당 중진 국회의원이나, 이런 인사를 정치 특보로 임명해 가까이 두는 대통령은 공감능력과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감은 다른 이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타인들과 기쁨 그리고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감정적 토대가 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며 유가족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해댄 국회의원은 타인의 슬픔을 공유할 만한 감정적 토대를 지니지 못한 공감능력 결여자이다.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션 헵번 퍼레이(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다)는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오랫동안 유인원 연구를 한 네덜란드의 유명한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은 “흔히 도덕을 인간의 전유물처럼 여기지만 도덕은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에게서도 공감과 배려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영장류들의 경우 동료가 다치면 상처 주위의 흙을 털어주거나 핥아주고 빨리 걷지 못할 경우 행진 속도를 늦춰 보조를 맞춰주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정의감 비슷한 감정까지 드러낸다.
인간을 고등동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이런 동물들보다 훨씬 섬세한 공감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감능력이 동물들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인간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심지어 이런 감정 장애자들 손에 권력이 쥐어지기까지 한다.
타자의 관점을 잃어버린 권력은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강변하며 진실을 덮으려 드는 일본 극우정권도 타자의 관점을 지니지 못한 감정장애 권력이라 할 것이다. 입만 열면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국정부는 과연 이들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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