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Holocaust- 나치의 유대인 등 대학살)의 기억이 점차 멀어져가고 있는 탓인가. 반(反)유대주의가 날로 확산되면서 또 한 차례의 엑소더스가 소리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자못 흥분된 것 같다. 다음 달로 예정된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방문과 관련해서. 그 분위기가 멀리서도 느껴진다. 일본 총리로는 처음 미 연방 상하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가다. 그러므로 일본총리에게 미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이란 영예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전례가 깨어진 것이다.
2015년 3월이라는 시점, 그러니까 2차 세계 대전 종전 70년의 시점에 전해지고 있는 이 뉴스들은 뭔가 큰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시대의 종언(終焉)이라고 할까. 그런 역사적 상징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종전 70년. 대한민국으로서는 광복 70년의 세월이다. 동시에 분단 70년이기도 하다. ‘모든 압제로부터 해방을 맞는 완전한 희년(禧年)이다’- 70년에 대한 성서적 해석이다. 그 수치가 지닌 상징성 때문인지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계를 중심으로.
먼저 그 기대를 높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따른다는 것이 통일 대박론으로, 뒤이어 드레스덴선언으로 가다듬어졌다.
온통 장밋빛이다. 그런 면에서 일찍이 골드먼삭스가 내놓은 전망과 흡사하다.
인구 7500만의 통일한국은 21세기 중반에는 프랑스, 독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또 통일과 함께 한국의 고령화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의 풍부한 부존자원은 경제발전에 호재로 작용 한다는 등의 분석을 나열했었던 것.
그 통일 대박론이 나온 지 이미 1년이다. 그러나 하나의 담론으로서는 뭔가 미흡해 보인다. 그리고 통일에의 대망은 오히려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 부담은 경제발전을 막을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전망이다. “경제적 손익계산도 계산이지만 통일직후 과도기의 불안정성에 대한 대비는 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영국의 북한전문가 에이던 포스터-카터의 지적이다.
현실을 직시했다. 그러면서 대박, 다시 말해 통일 배당금에의 지나친 기대를 경고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형태의 통일, 통일의 방식이다. 통일이 소프트 랜딩이냐 하드 랜딩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적 성공, 정치적 안정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통일 대박론은 소프트 랜딩, 평화적 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만 북한 체제 붕괴에 따른 통일, 하드 랜딩의 확률이 크다는 것이 랜드 보고서의 진단이다. 게다가 북한 내 위기 발생 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마저 있어 상황은 극히 유동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일침도 가해지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다. 맞다. 그렇지만 진정한 대박의 의미는 수령유일체제 김씨 왕조의 폭정이 무너지고 북한주민이 마침내 해방됐다는 데서 찾아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무엇을 말하나. 지나친 경제논리 중심의 통일 전망의 비(非)인간성을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통일에의 태세는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탈북자를 돕자면 외면한다. 아프리카를 도와주자면 지갑을 여는데.” 한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관심이 없기는 정부도,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지원요청을 하면 정부부처들은 소관 따지기에 바쁘다. 국회의원들은 아예 그럴 생각조차 없다. 하기는 10년이 넘게 북한인권법조차 만들지 못하는 국회니.”
4등 시민 취급을 받는 탈북자. 그리고 철저한 무관심. 그 한국의 현실에 대한 한 북한인권운동가의 고발이다.
무관심은 여론조사로도 나타난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날로 시들어 간다. ‘가능한 한 빨리 통일이 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극소수다.(13.8%) 20대의 상당수는 북한주민을 다른 나라 사람으로 간주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왜 통일에 무관심한가. 남북 간의 빈부 격차가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부정적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경제적 희생은 싫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다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통일은 무엇으로 하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은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분단 70년이다. 그러나 통일은 여전히 감감한 느낌이다. 세계는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고통 받고 있는 북한주민을 위해 단 한번이라도 눈물의 기도를 드린 적이 있는가’- 고난주간을 맞아 새삼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다. 스스로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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