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가 넘는 방학기간을 끝내고 되돌아간 학생들은 한 층 무겁고 침침한 캠퍼스 분위기에 짓눌리고 있다. 옛날 스타일의 선전선동이 부쩍 강화됐다. 그 가운데 성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대학 캠퍼스가 ‘해로운 서방의 영향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인권이니, 시민 사회니, 표현의 자유니 하는 말들은 금기어가 됐다. 보편적 가치관으로 불리는 서방의 가치관에 대한 대대적 배격운동이 펼쳐진 것이다. 교수들은 강의록까지 검열 받아야 한다.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은 추방을 각오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이데올로기 통제가 강화된 중국의 대학가. 이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크림반도 병합도 모자라 이번에는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지역 병합을 서두르고 있다. 뭐랄까.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할까. 푸틴의 거침없는 주변국 약탈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 약탈행위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중국이다. 푸틴 러시아의 도발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유럽시장이 수축됐다. 그러자 푸틴은 황급히 중국을 찾았다. 천연가스를 헐값에 판 것이다. 안보문제에 있어, 또 경제적으로 중국은 단단히 수지를 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버젓이 이웃나라를 침공한다. 민간기를 격추한다. 그러고도 거짓말이다. 푸틴이 보여 온 빤빤한 행태다. 그러다 보니 사우스 차이나 해역에서 중국의 제멋대로의 근육과시는 마치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주목도 받지 못한다.
크렘린 궁 바로 앞에서 반푸틴 노선의 야당 정치인이 갱 랜드 스타일로 처형당한다. 이와 비교하면 중국의 인권탄압은 상당히 문명화된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대학뿐이 아니다. 지식인, 인권운동가, 종교, 반정부 인사 등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천안문사태 이후 최악이다. 부패와의 전쟁에 못지않게 고강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인권탄압으로 지난 한 해에만 1000명 가까운 사람이 검거, 구속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최악의 인권탄압사태가 푸틴의 만행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일종의 감각 마비증세를 보이면서. 때문에 푸틴의 불장난, 그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도 소리 없이 잡혀가는 판이다. 국제적으로 이름 높은 언론인도 어느 날 갑자기 증발된다. 80대의 고령자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당 지도부를 비판한다. 아니, 단지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도 체포된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공안당국이 구속한 인사는 955명에 이른다.
2015년 역시 중국의 인권운동가들에게는 ‘혹독한 한 해’가 되면서 체포, 구금되는 인사는 2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서방관측통들의 전망이다. 그러면 이 대대적인 탄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중국정책은 부상하는 중국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쇠락하는 중국의 운세에 대한 고려는 결여돼 있다.” 민신페이의 말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앤드류 스코벌 등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다.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형 체제는 그동안 상당한 탄력성을 보여 왔다. 눈부신 경제발전 등 지난 기록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 체제가 그런데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뭔가 머지않아 터질 시한폭탄을 지닌 그런 체제의 모습을 띄어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해외정책은 부쩍 공격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왜.
‘크렘린식 포뮬러’(Kremlin’s formula)에서 그 답이 찾아진다는 것이 민신페이 등의 지적이다. 국내적으로 문제가 점증한다. 모순이 쌓여가는 것이다. 그 보상을 국제적 위상 제고나 야망으로 보상하려 든다.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중국 같은 반자유주의 체제는 부상할 때보다도 쇠락해 갈 때 오히려 국제사회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계 바늘은 뒤로 되돌려졌다. 문화혁명 때와 유사한 분위기다. 개인숭배라는 모택동 시절의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시진핑 시대 들어와 더 혹독해진 인권탄압상황과 관련해 홍콩의 한 인권운동가가 한 말이다.
왜 이토록 과도한 정치적 억압인가. 당 지도부의 불안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서 스트레스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걸 피부로 느낀다. 초조한 것이다. 그 일차적 반응은 대대적인 정치탄압이다. 그 다음은 그러면. ‘크렘린식 포뮬러’의 원용이다. 해외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다.
“중국포용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서로 맞물린 경제적 이해가 너무 크다. 그러나 대대적인 정책노선 수정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2016년 이후, 그러니까 차기 미국 대통령이 해결할 숙제다.” 뉴욕타임스의 주장이다.
이게 그런데 미국 대통령에게만 국한된 충고일까. 해마다 중국에서 날아드는 황사로 눈 뜰 겨를이 없다. 그런 한국으로서는 더 절실한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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