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팬들이 열광하는 대학농구 토너먼트 ‘3월의 광란’이 시작되었다. 총 68개 팀이 출전해 64강, 16강, 4강이 추려지고 이어 준결승, 결승을 통해 2015년 미국 대학농구의 챔피언이 가려지는 10여일. 미국은 말 그대로 ‘광란’이다. 당연히 이겨야 할 팀이 탈락하고, 맥없이 질 것 같던 팀이 승리를 하는 예측불허의 승부들이 펼쳐지면서 피 말리는 긴장감과 짜릿한 쾌감, 환호와 탄식이 반복된다. 열광의 도가니이다.
3월에는 농구경기를 둘러싼 ‘광란’외에 또 다른 ‘광란’이 있다. 전자가 공개적이고 집단적이라면 후자는 사적이고 개인적이다. 각 대학에서 속속 도착하는 합격·불합격 통지에 따라 진학생과 학부모가 한순간에 천당에서 지옥을 오르내리는 대학입시 ‘광란’이다.
12학년 학생이 있는 가정마다 가슴이 조여드는 불안 초초 긴장속에 3월이 시작되고, 3월이 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이를 ‘3월의 광란’에 빗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자녀를 SAT 학원, 음악·스포츠 과외활동, 병원 자원봉사 등으로 몰고 다니며 아이의 명문대학 진학에 온 가족이 매달리는 것은 주로 한인사회와 중국 커뮤니티의 모습이었다. 일반 미국가정의 분위기는 훨씬 편안했다. 아이비리그급을 겨냥하는 특출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개는 자녀의 실력에 따라 그에 맞는 대학에 가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언제부터인가 바뀌었다. 아이의 일류대학 진학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년에 걸쳐 아이를 준비시키는 미국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는 그 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합격 불합격 통지에 따라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뛰어오르고 곤두박질치는 경험이 보편화하면서 ‘3월의 광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미국 부모들의 태도가 바뀐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경기를 겪으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고등학교만 나오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던 호시절은 이제 안 온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니 일류대학에 보내 자녀의 앞날을 가능한 한 보장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다. 아울러 남들 앞에서 자식 자랑하고 싶은 욕심, 그만큼 스스로 우쭐해지고 싶은 마음이 명문대학에 대한 부모들의 집착을 낳는다.
’3월의 광란’은 한인들에게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쉽게 갈 줄 알았던 대학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생각지도 못한 합격 통지를 받고 하늘을 날 듯한 기쁨을 맛보며... 살얼음판 딛듯 초긴장 속에 3월을 보내는 것은 자녀가 12학년일 때 어느 가정이나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다. 그렇게 똑같은 과정을 겪은 부모들이 세월이 지난 후 하는 말이 있다. "그 때 그렇게까지 긴장할 일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당시는 어느 대학에 합격하고 못하고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결정될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깨달음이다.
’3월’의 기쁨이 불과 몇 년 후 실망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17살, 18살 어린 학생들의 앞날이 ‘어느 대학 합격’으로 고정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부모도 자녀도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친구의 아들이 사춘기 때 꽤 속을 썩였다.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일반대학에 못 가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갔을 때 그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는 짐작가능하다. 그런데 커뮤니티 칼리지가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한 교수가 멘토가 되어주면서 아이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신의 장래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UC로 편입해 대학을 마친 아이는 대학원을 거쳐 박사 학위 과정에 있다.
그런가하면 아이비리그에 합격해 집안의 자랑이었던 학생이 대학에 들어간 후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 전국에서 모여든 내로라하는 수재들과의 경쟁을 감당하지 못해 도중 하차하거나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 케이스들도 있다.
지나고 보면 부질없는 것 중 하나는 또 대학순위에 대한 집착이다. 같은 UC계열 대학이라도 버클리, LA, 샌디에고... 하며 한 등급이라도 높은 대학에 꼴찌로라도 밀어 넣고 싶어한다. 지나고 보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 경험있는 부모들은 말한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보다는 ‘대학 4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아이의 장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생과 학부모들은 ‘3월의 광란’에 너무 휘말리지 말았으면 한다.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올라가면 된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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