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불의의 사고나 질병은 찾아올 수 있다. 어느 순간 분별력을 상실하고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해 본인의 권리를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지명해 놓는 것은 참 바람직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위임장을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케이스 사례다. 위임장의 전제는 권리를 위임받은 대행인이 오로지 위임자의 이해와 이익을 옹호하고 대행하는 의무를 지겠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위임을 준 사람의 권리를 대행할 때는 본인 자신의 이해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위임장을 오용하거나 남용해서 위임장에 따른 수탁자의 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해서 불거지는 케이스 사례는 위임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미 쇠약해져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위임장을 이용한 범법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위임장은 미국사회에서 상당히 빈번히 작성되는 서류로 그 종류나 성격도 가지가지다. 유사시에 위임장을 통해 복잡한 법원 수속을 피하고 비용지출을 막을 수 있어서 좋긴 좋다. 하지만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위임장을 이용해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범법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상기해야 할 점이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임장에 대한 정확한 사전지식이 도움이 될 듯싶다.
한 예로, 강 노인은 88세로 큰아들과 근래에 들어 같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사한지 얼마 안 되어, 큰아들은 본인이 작성한 위임장에 강 노인이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노인은 이미 자신의 노후를 의탁하고 살고 있는 큰아들 집에서 큰소리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며 공증인 앞에서 위임장에 서명을 했다.
2주 후, 큰아들은 강 노인의 집과 상가를 처분해 버렸다. 이를 발견한 다른 자녀들이 자초지종은 물어오자, 큰아들은 기별 없이 찾아와 괴롭힌다며,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접근금지를 했고, 매각한 돈은 본인의 비즈니스에 투자했다. 결코, 위임장으로 인해 형제자매 간의 관계는 최악이 된 극명한 예라 할 수 있다. 노인은 자녀들에게 사후에 골고루 상속하고 싶었던 모든 자산이 다 소모된 것과 자녀들 간의 불화로 암울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여생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김모 노인이 자주 들르던 미장원에서 하루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연체된 모기지 빚을 걱정하며 본인의 머리를 자르던 메리라는 여인에게 본인의 부동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충동적으로 내주었다. 메리는 곧바로 노인의 부동산을 처분해 본인의 빚을 갚았다. 가족들이 나중에야 이 사실을 문제화하고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메리는 이미 발 빠르게 30년 연상의 김모 노인에게 쪽방을 내주고 결혼신고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위임장의 작성은 개인의 필요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모든 상황과 조건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을 때, 정확하고 면밀하게 작성됐을 때에만 위임장이 유용한 서류로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본인이 신뢰할 수 있는 두 사람 정도를 미리 지명해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본인을 대행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의사가 의학적인 소견으로 본인의 상태가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명했을 때에만 위임장이 효력을 발생할 수 있도록 하고, 대행을 원치 않는 특정한 권한 등은 배제해 둔다던가, 권리 대행 때 준수사항 등도 명시해 둔 위임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허용하는 열세 가지 정도의 본인의 권한을 위임장을 통해 대행인에게 부여하는 위임장을 제대로 작성함으로써, 유사시에 법원을 오가는 일 없이 본인의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요즈음 같이 고령화된 시대에 중요한 것은, 만약에 노인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불을 안 가리고 서명함으로써 과격하게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던가, 주위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밀려서 위임을 할 확률이 다분히 있는 경우에는 미리 보호할 것을 권한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법원수속을 밟아놓음으로써 노인이 한 서명이나 위임장 및 계약서가 자동적으로 무효로 간주되게 할 수 있다.
(714)739-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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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 상속·노인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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