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 삼십년간 세계 각국의 경제력 변화와 국민 건강관리 제도의 차이, 한결 쉬워진 해외여행, 정보통신의 발전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각 나라간의 의료의 질은 물론, 장단점과 효율성, 비용 등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소비자 즉 환자가 각자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질병의 특성에 맞게 외국에 가서 자신의 건강관리와 질병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이 어디에서 자신의 질병에 대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나라의 경제 상황과 의학의 발전 정도, 사회제도의 차이에 더해 나라에 따라 의료의 수준, 의료비용, 각 나라 질병 빈도의 큰 차이로 인해서 그 결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속하는 여러 나라는 물론, 최근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 정부도 건강관리 산업(health care industry), 특히 의료여행, 의료관광 분야를 한국경제의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적 규모가 5조5,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의학계는 그동안 발전을 거듭, 많은 분야에서 이미 세계 일류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40년 가까이 한국과 미국에서 심장 외과의사로 진료활동을 해온 필자의 의견이다. 한국적 특성상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주요 병원의 내과와 함께 특히 많은 환자의 치료를 통해 기술의 축적이 요구되는 외과 분야에서 한국 의료는 세계 첨단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병원들은 국제의료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여 지난 수년간 국외로부터 오는 외국인 진료는 물론 외국인 의사의 무상 또 유상 교육, 의료경영과 기술 및 지적 재산권의 수출, 개발도상국에 대한 의료봉사, 의료원조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과 업적을 보이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의료는 막대한 의료수가, 무보험자 문제, 복잡한 의료보험제도, 의료사고 대비에 쓰이는 비용 등으로 인해, 전체 지출되는 의료비용과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의료의 질 및 효율성을 비교하면 환자가 받는 의료혜택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겠다.
특히 재미한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복잡한 미국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부족, 경제사회적 이유로 인한 무보험 상태, 언어문제 등으로 전통적 미국시민들과는 달리 질병치료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환자 개인의 입장에선 당황하게 되고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환자뿐 아니라 많은 의사나 기타 의료진도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과 서양인 특히 미국인 사이의 질병의 차이라고 하겠다. 지난 수십년 한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위생과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한국인의 질병도 많이 서구화되어 예전에 흔했던 전염병, 기생충 질환들은 거의 없어졌고 특히 간염이나 결핵 등도 많이 줄어들었다.
암 같은 만성 질환도 서구화 되어, 과거 한국인에게 드물던 대장암이나 유방암, 관상동맥 질환 등의 환자가 상당히 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서구에서는 특수한 암 병원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는 위암이나 원발성 간암, 담도암 등이 한국인에게선 매우 자주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 의사 특히 대형병원 의사들은 이러한 질환의 수술경험 기술적 축적은 물론 항암 시술과 지식이 서구보다 진보된 상태라 하겠다. 당연히 치료결과도 미국이나 서구의 병원보다 좋은 경우가 흔히 있다.
퇴행성 관절질환이나 척추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노인인구의 급증과 한국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영향으로 환자가 많아진 대형 병원의 외과 의사들과 이런 병원에서 수련 받은 의사들은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의료기 자재 회사들도 인도나 한국 의료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자재 수출에서 그 시장에 따라 가격조정을 하고 있어 분야에 따라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의료비용이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의 각종 의료 보험회사도 차차 국제 진료의 선택 조항을 늘여가며 허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재미한인들도 이런 보험 선택의 여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환자가 자신의 치료를 맡길 의료진을 결정할 때는 비용과 사회적 여건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질환의 빈도는 물론 같은 질환,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한국인과 서구인에 있어 그 임상적인 현상(behavior)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질환에 대한 한국 의료진과 미국 의료진의 경험적 차이, 치료 결과의 차이 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러한 점을 자세히 사전 조사한다면 환자의 입장에서 어느 나라에 있는 어느 병원, 어느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을지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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