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지수(Celebrity DBI)라는 것이 있다. 댈러스에 있는 ‘마케팅 암’이라는 홍보회사가 영화배우, 가수, 운동선수, 기업인, 방송인 등 유명 인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를 조사해 수치로 정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야 높은 점수가 나오고, 호감도, 신뢰도, 영향력, 대중들이 동경하는 정도 등이 합산된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결과는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광고 모델을 선정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지수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는 유명인은 영화배우이자 감독 톰 행크스이다. 수년째 거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어떤 상품을 추천한다면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한 순간에 뛰어오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어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영화배우 겸 감독 모건 프리먼, 그리고 워렌 버핏, 오프라 윈프리, 덴즐 워싱턴, 빌 게이츠 등이 신뢰받는 저명인사들로 꼽힌다. 사람도, 사람에 대한 평판도 쉽게 바뀌지 않는 만큼 순위는 대개 안정적인 데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 몇 번 있었다. 순위가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케이스들이다. 지난 2009년 연말 타이거 우즈 그리고 지난해 연말 빌 코스비가 대표적이다.
골프계의 ‘황제’ 우즈는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실력으로, ‘국민 아버지’ 코스비는 가정적이고 믿음직한 이미지로 유명인 지수 상위 10위 안에 들곤 했는데, 두 사람 모두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면서 신뢰도가 수직 하강했다. 지난해 11월 말 신뢰지수를 보면 코스비는 3위에서 2,615위로 떨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코스비 대신 3위를 차지한 인물이 브라이언 윌리엄스였다는 사실이다. NBC의 간판 앵커로 펄펄 날던 그가 불과 3개월 후 자신이 코스비 못지않게 추락하리라는 사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의 길목, 어느 지점에 복병이 숨어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여러 여성들과의 무분별한 정사로 가정을 파탄 낸 우즈, 10여명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코스비와 비교하면 윌리엄스의 추락은 좀 어이가 없다. 앞의 두 사람은 법적 윤리적으로 명백하게 문제있는 행동을 한 반면 윌리엄스는 혀를 좀 가볍게 놀린 죄밖에 없다.
단, 그가 매일 저녁 930만 명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는 스타 앵커이고, 덕분에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으며, 앵커로서의 인기와 고액연봉은 기본적으로 보도 내용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운동선수나 배우의 거짓말과 앵커의 거짓말은 잘못의 차원이 다르다. 6개월 무급 정직 그리고 앵커로서의 복귀가 불안할 만큼 차가운 시청자들의 시선을 그는 벌로 받고 있다. 그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시청자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데,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윌리엄스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할까. 관련연구들에 의하면 우리 모두 하루에 몇 번씩은 거짓말을 한다. 친구가 새 옷을 샀을 때,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 사실이 어떠하든 상대방이 기분 좋아할 말을 하는 것은 에티켓에 가깝다.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거짓말이다.
이런 선의의 거짓말 외에 사람들이 진짜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요인은 주로 두려움과 낮은 자존감이라고 한다. 뭔가 잘못을 하면 그 사실이 들킬 까봐 두려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울러 남에게 무시당할 상황이 되면 보통 거짓말이 나온다. 잘 나가는 동창들 앞에서 괜한 허세를 부리게 되는 이치이다. 이상적 자신과 현실의 자신 사이에 괴리가 클수록 거짓말을 하게 된다.
윌리엄스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2003년 이라크전 취재 당시 상황을 여러 차례 전하는 과정에서 밋밋한 내용에 양념을 좀 치다 보니 결국 헬기가 적의 공격으로 격추당해 위험천만한 경험을 했다고 허풍을 떨게 되었다. 스타 앵커이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감탄과 환호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것이고, 한번 거짓말 하고 나니 거짓이 탄로날까봐 두려워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 것 같다.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약점이다.
살아가면서 거짓의 유혹을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유혹이 너무 달콤해서 눈 질끈 감고 빠져들고 싶어질 수 있다. 그 가벼운 방심이 언젠가는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이 되어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우즈나 코스비 그리고 이번에 윌리엄스가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고 한평생을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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