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슈틸리케 감독 기자간담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15.02.04.(사진=kfa제공)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결과에 만족해선 안 된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준우승으로 이끈 2015 호주아시안컵을 다시 돌아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대회를 총평했다.
지난해 9월 브라질월드컵 참패를 치유하기 위해 온 슈틸리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4개월 만에 출전한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이끌었다.
호주에 져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27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하는 등 마지막까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했다고 해서 내가 뛰어난 감독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일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마인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준우승까지 가는 동안 주변의 아쉬운 소리도 들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매 경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라던 오만, 쿠웨이트도 쉽게 잡지 못했다. 모두 1-0 승리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추구한 ‘점유율 축구’에 대한 일부의 의구심에 대해 호주와의 두 차례 맞대결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만난 호주와 결승에서의 호주는 변화가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만났을 때에는 한국과 호주 모두 8강 확정 이후였다"며 "조별리그에서 우리의 점유율이 36%였던 것으로 알지만 결승은 50%로 대등했다. 비록 졌지만 결승에서 보여준 모습은 좋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조별리그에서는 긴장을 했지만 결승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일부 경기에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창출하지 못한 것은 있다. 우리의 문제점이다.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색깔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남들이 다 알 수 있는 전술을 쓰기보다는 이겼지만 우리가 뭘 했는지 상대가 우리 패가 무엇인지 잘 볼 수 없는 게 효과적인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포메이션은 숫자에 불과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게 할 것인지 여부다. 축구가 숫자놀이에 불과하다면 양 팀이 4-4-2로 똑같이 설 때, 경기는 0-0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호주전을 앞두고)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뒀지만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며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두려움과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했다.
슈틸리케 특유의 친화력 있는 리더십도 조명 받았다. 외국인감독으로서 비교적 단기간에 선수단을 뭉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자리도 그렇고, 나는 어떤 자리에 있든 대한민국 코칭스태프의 대표 자격일 뿐이다"며 "한국 축구를 잘 알고, 경험한 스태프와 함께 했다. 또 선수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 능동적으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 최고의 샛별은 이정협(24·상주)이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인생역전을 실감했다.
대회를 앞두고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골맛을 봤고, 본선에서도 2골을 터뜨려 공격자원 부재의 아쉬움을 덜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에 대해 ‘군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본인은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정협은 모든 지도자가 함께 하고픈 유형의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정협뿐 아니라 23명 모두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다. 골키퍼 정성룡은 1분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며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성룡이 우리 팀의 주전 골키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이 한국팀의 강점이었다.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브라질월드컵 이후에 많은 비난을 많았던 선수들이 한 팀으로서 함께 극복하고, 부담감을 씻은 것이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이 끝남에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3월 초에 복귀해 K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제2의 이정협’을 찾을 계획이다.
곧장 3월 A매치와 6월부터 시작되는 2018러시아월드컵 지역예선을 대비해야 한다.
그는 "아시아 축구가 상향 평준화됐다"며 "우선 3월 친선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한만큼 팬들의 기대가 올라갔다. 좋은 계기로 삼아서 더욱 발전해 나가겠다"고 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의 상승을 꼽았다. 한국은 역대 최저인 69위에 머물러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5연승을 했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올라갈 것이다. 50위 안에 든다고 해서 만족하면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30위 안에 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있는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 감독으로서 생각하던 것을 실현해준 게 감독으로서 제일 만족스럽다. 우리 선수들은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며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축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더 발전하겠다.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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