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global)이라는 말이 실감 있게 들린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쟁을 말하는 것이다.
수십개국 정상들이 몰려들었다. 150만이 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리의 레퍼블릭 광장으로.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자들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무차별공격, 그 테러행위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다. 교황이 한 마디하고 나섰다.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고. 그러자 곧바로 반론이 제시됐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레퍼블릭 광장의 연대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도 결국은 사과를 했다.
이 세계적 논쟁에서 그런데 벗어나 있다. 또 하나의 수퍼 파워, 미국과 G2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는 중국이다. 교황의 말 한마디가 시비꺼리가 된다.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연대의사도 보이지 않았다. 그 시진핑의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시비가 일고 있지 않다.
세계적 논쟁에서 벗어난 중국, 이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결과인가, 아니면 무엇인가를 암묵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인가.
“2014년은 ‘민주주의 불경기’의 해였다.” 일반적인 진단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시작된 해가 2014년이다. 그리고 시리아 내전사태는 계속 악화됐다. 이토록 압제와 유혈로 얼룩진 해가 2014년이다.
2015년의 전망은 그러면.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다. 새해 벽두에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사태,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테러행위. 뭔가 불길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2015년 역시 민주주의 퇴조의 해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민주주의에 대한 이 같은 비관론은 지나친 생각일 수 있다.” 월드 어페어지의 반론이다.
1976년 미국독립 200주년을 맞아 대니얼 모이니헌은 일종의 민주주의 비관론을 제시했었다. 미국은 월남전 패배여파로 리더십을 상실했다.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는 군사독재체제가 잠식해가고 소련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정황에서 민주주의의 장래는 극히 어둡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 타이밍에 그러나 세계 민주화의 맹아(萌芽)라고 할까, 그런 것이 스페인에서, 포르투갈에서, 그리고 동아시아에 자라고 있었다. 이후 세계가 목격한 것이 민주주의 러시현상이다. 이를 새뮤얼 헌팅톤은 ‘민주화 제3의 물결’이라고 불렀다. 80년대 이후 민주주의 국가는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민주화는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대세같이 생각됐다.
그 낙관주의에 제동이 걸렸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권위주의 형 체제의 대반격과 함께 민주주의 비관론이 팽배하게 된 것이다. ‘그 같은 비관론은 지나친 억측으로 민주화 제3의 물결’과 비교하기에는 무리지만 민주화 확산의 가능성이 이미 조성되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2015년을 바라보는 월드 어페어지의 시각이다.
“폭풍이 오기 전에는 조용한 법이다.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되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체제가 구조적으로는 이외로 허약할 수 있다.” 흑조이론(Black Swan)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나심 니콜러스 탈레브의 말이다. 권위주의 형 국가들의 취약성을 지적한 것이다.
권위주의 형 국가들이 저마다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으스대던 푸틴 러시아는 석유가 하락과 함께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다른 석유독재 체제도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프리덤 하우스의 ‘정치국의 고충’이란 보고서다. 시진핑 시대 2년 간 탄압은 전 분야에 걸쳐 현저하게 증가했다. 세뇌교육, 사상통제 등 모택동 시대를 방불케 하는 탄압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탄압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민들의 체제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어 탄압은 탄압을 불러오는 악순환만 불러오고 있다는 진단을 이 보고서는 내리고 있다.
이 전 방위적 탄압은 그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더 극단적인 독재체제 출현이 그 가능성의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를 향한 성공적 민중봉기, 이를 촉발할 폭력적 소요사태발생이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에 덧붙여 시진핑의 부패전쟁은 사실에 있어 스탈린식의 반대파 숙청에 다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상당히 안정되고 견고해 보인다. 정치권력이, 경제력에 중앙으로 집중돼 있어 더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그런 체제일수록 내부충격에 더 허약하다. 바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2015년은 ‘또 한 차례의 세계 민주화 물결’- 그 원년의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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