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새 해다. 그 새 해는 그러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역사의 진행은 완만하다. 그러므로 지난해에 발생한 주요 변화, 그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2015년은 어떤 해가 될 까.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인가. 2014년에 발생한 흐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이어서 하는 말이다.
힘든 한 해였다. 격변의 한해였다.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이슬람국가(SL), 칼리프국가 수립선언. 중일 충돌위기 고조.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경제 경착륙 위기. 석유가 폭락…. 말 그대로 글로벌 난제들로 점철됐다. 그 2014년에 대해 내려진 총평이다.
이 중 ‘2014년의 사건’- 다시 말해, 지난해 발생한 사건 중 가장 중차대한 사건을 꼽는다면 어느 스토리일까.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을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유럽의 지정학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 한 이유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 대가로 맞게 된 푸틴 러시아의 경제 위기를 더 심각한 사태로 본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적 도산은 그 자체로도 글로벌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같은 위기를 맞아 푸틴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국내 문제의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마다 모험주의적 도발을 해온 것이 푸틴이다. 문제는 러시아는 미국에 필적하는 핵무장 국가라는 사실로, 2015년은 푸틴 러시아로서는 기로를 맞는 해가 되고 그만큼 위기는 높아가고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국가(SL)출현으로 상징되는 중동사태도 그에 못지않은 ‘2014년의 사건’이다. 또 다른 곳에서의 주장이다.
SL은 아프리카에서 중동, 아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단주의 흐름을 상징하고 있다. 동시에 중동아랍권의 정치지도를 바꾸고 있다. 그러니까 SL이 그 전위에 선 아랍권의 내전은 기존의 국경선을 무너뜨리며 최소한 수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그리고 더 중요한 그림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현격히 소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중동이 전화에 휩싸였다. 그런데도 세계의 증권시장은 지속적 상승세를 구가한다. 게다가 국제 석유 가는 오히려 폭락했다.
무엇을 말하나. 아랍문명권이 최후의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거다.
‘2014년의 최대 사건’은 그 무엇보다도 ‘미국이 되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사실이다. 포린 폴리시지의 진단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쓰러졌다. 그게 2008년의 일이다. 이후 미국은 리더십부재 가운데 파당싸움으로 갈라졌다. 그 정황에서 국가부채는 늘어만 간다. 10여 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은 대파국으로 치닫고.
그동안 난무해 온 것은 온갖 미국몰락의 시나리오들이다. 미국의 쇠망은 정해진 일이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미국 쇠망, 중국 부상론’이다. 그게 하나의 ‘시대적 내러티브’ 인 양 들렸다.
그 미국 경제가 그런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4년 들어서다. 지난해 3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연률 5.0%를 보여 1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의 전망은 더 밝다.
무엇이 이 같은 기적을 가져왔나. 워싱턴의 리더십이 아니다. 창의력이 뛰어난 미국 국민이다. 미국 경제의 특유의 탄력성이다. 스스로 잘못을 정정할 줄 아는 역동적인 미국적 시스템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울려 워싱턴의 도움 없이 미국 경제를 ‘세계 넘버 1’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진단이다.
유럽은 0% 성장에 머물고 있다. 중국경제는 이미 성장의 열기가 식었다. 일본은 마이너스성장 위기에 처해 있다. 유독 미국 경제만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새삼스레 제기되는 우려는 글로벌경제의 ‘비동기화’(desynchronization)현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초스피드로 독주하는 미국 경제, 그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개편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는 여전히 미국의 세기가 된다는 얘기다.
역사는 더디게 진행된다. 그러므로 그 변화의 궤적도 완만하다. 틀리지 않는 말 같다. 역사는 그러나 때로 도약을 한다. 변화는 더딘 것 같다. 그러나 그 변화의 흐름이 변곡점을 맞을 때 역사는 하룻밤 사이에도 급진전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되돌아온 미국’ ‘신음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석유가. 2015년은 국제사회가 무엇인가로의 변곡점을 향해 나가는 해가 아닐까. 어쩐지 그런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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