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해죽게 한 경찰관을 재판에 회부하지않기로 미주리 대배심의 결정이 발표된 후 퍼거슨 시에서는 몇 날 동안 대규모 데모가 벌어졌었다. 한인 소유를 포함한 애꿎은 비즈니스들이 약탈당하고 방화 전소되는 무법천지가 전개되기도 했다. 그에 대해 많은 사설들과 칼럼들이 나왔지만 나한테는 워싱턴 포스트의 콜버트 킹의 분석이 정곡을 찌르는 것 같았다. 마침 그 무렵에 102세로 사망한 할머니로부터 어렸을 적의 식탁에서 들은 이야기로 칼럼을 시작한다.

할머니가 미시시피 주의 어떤 대학엘 다녔을 때의 경험담이란다. 그 학교의 농장 동물들을 밤중에 물어 죽이는 짐승이 있어 청소부가 지켜보았더니 학교 부근의 백인 농부집 개였단다. 청소부가 총으로 개를 쏘아 죽였더니 개 주인이 학교로 달려와 그에게 여덟 번이나 총격을 가해 죽게했지만 대배심원이 개 주인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 남부특유의 사법 관행이었던 바 퍼거슨사태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엊그제는 뉴욕 시의 대배심원이 금년 7월 에릭 가너를 담배 불법판매 혐의로 백주에 체포하던 중팔로 목을 졸라 죽게 만든 백인 경찰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뉴욕의 몇 주요 도로들과 터널 입구를 점령하는 데모가 벌어졌다. 서너명의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였던 가너가 목이 졸리자 ‘숨을 못 쉬겠다’라고 절규하면서 쓰러지는 장면이 목격자의 셀폰에 포착되어 시시각각으로 방영되고 있으니 미세스 가너와 기타 유가족들의 애통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서 장난감 권총을 휘두르던 12세 흑인 소년이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경찰관에 의해 사살된 사건도 여러가지 의문을 남긴다. 더군다나 그 경찰관은 다른 도시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가 위기 대응 면에 있어서 자격 부족으로 해고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세 사람들이 백인이었어도 같은 결과였을까 라는의문이다.

미국 사법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흑백차별이 있는가? 흑인들을 인간이 아닌 백인들의 재산으로 본 노예제도가 합헌적이고 합법적이라는 법 이론은 흑인들에게는 백인들이 존중해야 되는 어떤 권리도 없다는 1857년에 연방대법원의 드레드 스콧 판시로 요약되었었으니까 역사적으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링컨의 노예 해방으로 흑인들이 법적으로는(de jure) 미국시민의 권리를 누리는 것으로 되었지만 그 이후 실제적으로는(de facto) 차별, 수탈과 억압이 1960년대까지 계속되었던 것도 미국 역사이다. 현재까지도 법운용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한다. 백인 마약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백색가루의 코케인 사용 밀거래에 대한 처벌이 흑인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비교적 저렴한 크랙 코케인 거래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경미한것이 한 예다.

또 여러 주에서 경미한 범죄라도 세 번 감행하면 몇 십 년 내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삼진법’을 채택한 결과 국의 감옥 인구 비례가 세계에서 제일 높게 되는 동시에 흑인 수감자들 수가 우려할만한 수준인 것도사실이다. 얼마 후 퇴임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사법제도의 개혁을 주요과제로 추진하는 배경이다. 그는 가너 가해 경관에 대한 연방 검찰의 조사를 명했고 그의 후임도 가너의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시민들의 생명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는 원론을 여러 차례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 너무나 잦은 게 걱정이다. 대응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들도 경찰의 재훈련과 경찰차나 경찰 장비에 소형 카메라 부착 등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이유와 아울러 빈곤의 대물림으로 무법과 폭력 범죄의 밀집지대가 된 흑인 지역에 파견되는 경찰이 총기 범람으로 누구나가 권총으로 자기를 쏘아 죽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쉽사리 총을 겨누고 발사하는 경향이 있을것이다. 그럴지라도 2013년에 순직한 경관 수가 27명인데 비해 경찰의 공무집행 중 사살당한 중범죄 혐의자들이 1,000명이라는 통계와 피살자들의 대부분이 흑인들 아니면 정신병자들이라는 지적은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흑인들의 분노가 평화적 시위를 넘어 파괴와 무질서로 악화되는 일이 없었으면 다행이겠다.